실태와 거리 먼 ‘고용형태 공시’
조선업 간접고용 비정규직
1년새 5만4천명 줄어들어
정규 노동자 2만명 늘었다지만
그중 1만8천명은 단시간 노동자
조선업 간접고용 비정규직
1년새 5만4천명 줄어들어
정규 노동자 2만명 늘었다지만
그중 1만8천명은 단시간 노동자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와 비율이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서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업의 고용형태가 개선됐다기보다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1년새 무려 5만4천명이나 줄어든 데 따른 ‘통계 착시’로 보인다. 2일 고용부가 발표한 3월말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형태 공시현황’을 보면,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475만5천명으로, 이 가운데 정규직은 385만2천명(61.5%)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은 183만명(38.5%)으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92만8천명(19.5%), 간접고용 비정규직(파견·용역·하도급 등)이 90만2천명(19.0%)이었다. 전체 비정규직 규모와 비율은 지난해 183만1천명(38.7%)에 견줘 1000여명 줄어든 것으로, 이런 감소는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용형태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 통계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 통계를 보면, 전 산업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지난해에 비해 2만9천명이 줄었는데, 조선업에서만 무려 5만4천명(13만1천명→7만7천명)이 줄어 41%포인트 감소했다. 조선업의 직접고용 정규직은 6만2천명에서 4만9천명으로 1만3천명(21%포인트) 줄어들어, 직접고용 정규직 비율은 31.5%에서 37.7%로 올랐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줄었지만,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도 고용형태 개선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90만명(전체 노동자의 19%)이었던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올해 92만8천명(전체 노동자의 19.5%)으로 규모와 비율면에서 모두 늘었다. 정규직 노동자도 지난해 290만5천명(전체의 61.3%)에서 올해 292만5천명(61.5%)으로 규모와 비율면에서 소폭 늘었으나, 늘어난 2만명 가운데 1만8천명은 ‘정규직’인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단시간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대기업의 비정규직·간접고용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내용을 공시해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2014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공시제도 자체가 자율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고용부는 이 제도의 근거법규인 ‘고용정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월 입법예고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중이다. 내용을 보면, 기업이 공시를 할 때 비정규직의 ‘숫자’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사용목적까지 밝히도록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고용형태 공시제에 비정규직 사용목적 및 주요업무 공시 의무화”를 공약하기도 했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고용형태 공시제도가 애초 도입 취지인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 유도’에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입법과 패널티 부과 등 근본적이고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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