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입사지원서 예시. 사진과 출신학교 명이 빠져있다. 자료: 고용노동부
앞으로 공공부문 입사지원서에 사진과 ‘학교 이름’ 표기가 사라진다. 출신지·가족관계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 역시 모두 삭제될 예정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한 뒤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출신 지역·가족관계·신체조건(키·체중·용모·학력) 등에 대한 요구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다. 사진도 부착할 수 없다. 다만, 특수경비원이나 연구원 같은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경우에 한해, 신체조건·학력을 예외적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인재 채용에 대해선 출신학교 이름 대신 출신학교의 소재지를 적도록 했다. 또 공무원 시험처럼 서류전형 없이 1차 전형에서 바로 필기시험을 치르는 경우엔 응시자 확인을 위해 사진을 부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입사지원서는 인적사항·학력 등 보다는 채용 직무에 관한 지식·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훈련·자격·경험 등의 항목을 바탕으로 구성하게 하고, 면접 때도 응시자의 인적정보 제공을 금지한 채 블라인드 면접을 치르도록 했다. 응시원서 접수 때부터 졸업증명서 등을 받을 경우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증명서는 면접까지 마친 뒤에 받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2015년에도 공공기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바탕을 둔 채용절차를 도입하면서 비슷한 내용을 ‘권고’한 바 있으나, 이번엔 지난 권고가 ‘의무’가 되고 출신학교와 사진부착을 아예 금지한 것이 제일 달라지는 점이다. 공공기관은 이달 채용부터 즉시 시행하고, 지방공기업은 인사담당자 교육 등의 절차를 거친 뒤 내달부터 시행한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민간부문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 하반기까지 채용 관행을 조사한 뒤 개선 필요사항을 발표하고,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 대부분이 담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적극적으로 입법 추진한다. 사진부착을 포함해 가족사항·출신 지역·재산·종교·혼인 여부 등 채용과정의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10월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당시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은 “사진부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민간부문에) 과도한 규제일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민간에 의무를 주는 분위기보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좋은 점을 알려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안 내용에 있는 규제 관련 항목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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