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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 파괴’ 창조컨설팅 “불법 없었다” 법정서 적반‘환장’

등록 2017-07-16 14:36수정 2017-07-16 20:16

심종두 전 대표, 유성기업 회장 항소심 증인출석
‘증인보호 신청’ 뒷문으로 법정 들어서 노조 반발

법원 판결서 유죄인정 주요 증거 됐던
‘전략회의’ 문건 “실무자가 오버해 만든 것
유성 쪽에 불법하지 말라고 말렸다” 항변

법원이 “두 기업 회의로 작성” 인정했지만
“유성기업에 전달되지 않았다” 주장
“문건 까져(공개돼) 나도 골로” 발언도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으나,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으나,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저 XX 뭘 잘했다고 뒷문으로 들어와.”

지난 14일 오전 10시, 후텁지근한 공기가 가득한 대전지법 403호 법정. 그가 다른 방청객·피고인과 달리 법관 출입문으로 들어서자 방청석에서 욕지기가 터져나왔다. “좀 조용히 하십시오.” 재판장이 방청객들에게 주의를 주자, 방청석에 있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되받았다.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뒷문으로 들어옵니까” “우리가 저 사람 때문에 7년을 길바닥에 있었다고요.” 재판장은 “대단한 사람이라서 뒤로 들어옵니까?”라고 다그치며 얼굴을 찌푸렸고 한동안 법정에선 정적이 흘렀다.

감색 정장에 분홍색 넥타이를 멘 그는 증인석 앞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심종두. ‘노조파괴 컨설팅’으로 한국 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창조컨설팅의 대표였다. 심씨는 이날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가 법관 전용 출입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낸 ‘증인보호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에 “금속노조 영향력 축소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성 확보 -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을 계약 목적으로 한 노무 컨설팅을 했고, 유성기업은 공격적 직장폐쇄·제2노조 설립지원 등을 통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세력을 약화·와해시켰다. 2012년 국회에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컨설팅이 폭로되자, 대표였던 심씨는 고용노동부에 의해 노무사 자격이 취소됐다. 3년의 자격취소기간이 끝나 지난해 7월부터 다시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그는 유성기업과 발레오만도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2015년 6월 서울남부지법에 기소됐으나, 법원은 첫 공판을 연 뒤 2년 가까이 재판을 열지 않고 있다. 그사이 ‘주범’인 유성기업·발레오만도 회사 관계자들은 이미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났다

심씨는 이날 자신의 예전 고객이었던 유 회장의 신청으로 법정에 나왔다. 유 회장의 변호인의 신문에서 그는 유 회장의 유죄 인정의 증거이자,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 지침이 상세히 적혀있는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회의’ 문건이 “실제 유성기업과의 회의를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고, 문건도 유성기업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심씨는 이 문건들이 “실무를 맡은 노무사가 성과급을 잘 받기 위해 ‘오버해서’ 만든 것”이라며 “문건에 담겨있는 내용중에 실제로 자문한 것은 20%, 실제로 이행된 것은 5%도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게(문건이) 까지는(공개되는) 바람에 회사(유성기업)도 골로 가고 나도 골로 갔다”는 ‘신세한탄’도 했다.

그러나 “이행된 것은 5%도 안된다는”는 심씨 주장은 그동안 법원이 내놨던 여러건의 판결과는 다른 내용이다. 해당 문건은 법원이 유 회장의 유죄를 인정하는 데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또 문건 내용 그대로 유성기업 제2노조가 회사의 도움을 받아 설립됐고 법원은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노조파괴 사건 이후 회사가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에게 선별적으로 진행한 해고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에서도 주요 증거로 사용됐다. 법원은 여러차례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이 수시로 회의를 하며 문건이 작성됐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심씨는 자신의 ‘컨설팅 철학’을 법정에서 밝히기도 했다. 심씨는 “(창조컨설팅이 했던 일반적인) 자문과 컨설팅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선 “자문은 월 평균 50만원은 단순히 기업이 물어보는 것을 상담하는 것이고, 월평균 5천만원인 컨설팅은 ‘수술’이라고 보면 된다”, “고가의 컨설팅료를 받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자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성기업에 불법적인 조언은 하지 않고 오히려 말렸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가 ‘수술’한 회사들, 상신브레이크·발레오만도·유성기업은 모두 금속노조 사업장으로 컨설팅 이후 금속노조는 약화됐고, 회사 관계자들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상태다. 게다가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금속노조가 창조컨설팅과 발레오만도·상신브레이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창조컨설팅의 손배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3시간 남짓 심씨에 대한 신문이 끝난 뒤 심씨는 처음 들어왔던 법관 출입문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이 끝난 뒤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 부지회장은 “심씨가 자기 허물을 덮는데 급급해 앞뒤가 안맞는 말만 늘어놓다가 간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대리하는 김상은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심씨는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노무사 활동을 재개하며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노조 조합원들에게 절망감을 주고 있다”며 “심씨에 대한 신속한 재판을 통한 엄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전/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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