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구로의 등대’라 불리며 장시간 노동으로 이름을 떨쳤던 게임업체 넷마블의 노동자가 지난해 11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넷마블에서 ‘과로사’로 산업재해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넷마블 계열사 넷마블네오의 20대 노동자 ㄱ씨의 사망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면, 질판위는 “발병 전 12주 동안 불규칙한 야간근무 및 초과근무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발병 4주 전 1주간 근무시간은 78시간, 발병 7주 전 1주간 89시간의 근무시간이 확인되었다”며 “20대의 젊은 나이에 건강검진 내용 상 특별한 기저질환도 확인할 수 없는 점을 검토할 때 고인의 업무와 사망과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2013년 넷마블의 피시(PC)·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넷마블네오에 입사한 ㄱ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출시예정인 게임 개발작업에 투입됐다. ㄱ씨가 숨지기 한두 달 전인 지난해 9~10월은 게임개발의 중간점검 기간인 ‘빌드주간’으로 ㄱ씨는 이때 법정 근로시간인 주 최대 52시간을 훌쩍 초과하는 주당 78~89시간씩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는 숨진 당일인 일요일 오전에도 가족들에게 “오후에 출근한다”고 밝힌 뒤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연락이 안 돼 집으로 찾아온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노동계에서는 게임업계의 ‘크런치 모드’가 죽음을 불러왔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라고 평가한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최민 직업환경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의견서를 통해 “이번 산재 인정은 현재 넷마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넷마블에서 근무하다 이직했거나 퇴직한 노동자들도 건강 문제를 경험했거나, 현재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한 명의 사망, 한 명의 산재 승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5년간 넷마블 직원에게서 발생한 뇌 심혈관질환 질환에 대해 산언안전보건법 상 보건진단 및 역학조사 실시하고 넷마블에서 일하다 이직하거나 퇴직한 노동자 중에도 과로로 인한 질병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석 달 동안 넷마블과 계열사 12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진행해 전체 노동자의 63%가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44억원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사실을 밝혀낸 바 있으나, 감독 대상이 1년이었고, 과로사 등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감독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정미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감독범위가 1년에 그치는 수시감독이 아니라 3년인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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