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디지털증거분석팀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통신자료 분석 기법을 시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용노동부 1호 ‘디지털 포렌식’ 근로감독관인 이상철(40)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디지털증거분석팀(포렌식팀)장은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를 다니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스마트폰 연구개발 업무가 주 경력이었고 퇴사 직전엔 인사팀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이 팀장은 “연봉이 반토막이 되는데 미쳤냐”는 주변의 말을 들으며, 2015년 7월 고용노동부에 5급 사무관으로 특채돼 현재는 근로감독관이자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일한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도 나라를 위한 것이겠지만, 더 나은 사회·나라를 위해 가진 재능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이직 동기다.
지난 1일 <한겨레>와 만난 이 팀장은 “고용노동과 정보통신(IT)의 결합”이라는 자신이 밝힌 목표처럼, 고용부에 디지털 포렌식을 도입하는 과정 전반을 담당했고, 지금은 수사·감독 일선에서 일한다. 이 팀장의 민간기업 근무경력은 단지 기술을 많이 아는 것을 뛰어넘어 근로감독에 도움이 된다. 기업의 인사관리 얼개를 알고 있는데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웨어·전자우편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종류, 서버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자료를 요구하면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티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자료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생활 만 2년에 접어든 이 팀장은 기업과 노동자들의 ‘변화’가 “보람”이라고 말한다. “포괄임금제가 뭔지, 연장근로수당이 뭔지도 잘 모르는 노동자들이 많잖아요. 근로감독을 통해서 자기 권리가 뭔지를 알게 되는 것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관련한 대책을 내놓는 것도 뿌듯하죠.”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