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계약만료땐 추후 전환’
고용부 ‘조처 요령’ 발표했지만
지자체 심의위 구성 늑장 등 잡음
고용부 ‘조처 요령’ 발표했지만
지자체 심의위 구성 늑장 등 잡음
2년 전 중앙부처 대변인실에 기간제노동자로 채용돼 블로그 관리업무를 맡았던 ㄱ씨는 30일 자리를 정리했다. 지난달 20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내놓자 ㄱ씨도 전환심의 대상에 포함됐지만, 해당부처의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는 ㄱ씨가 퇴사하는 날까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일 중앙부처·공공기관 등에 보낸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처요령’ 문서에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해 전환여부를 결정하고, 정규직 전환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엔 일단 계약만료 조처하되, 추후 전환대상이 될 경우 전환대상에 포함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ㄱ씨가 ‘전환대상’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ㄱ씨는 “계약이 해지된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심의가 제대로 열릴지 모르겠다”며 “상급자가 블로그 관리는 계속되야 하니 인수인계를 잘해달라고 하는데 착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ㄱ씨와 같은 사례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민주노총이 가맹 산별노조·연맹을 통해 취합한 정규직 전환 과정의 문제점을 보면, 불분명한 가이드라인 적용이나 해당 기관의 논의지연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36곳 지방자치단체의 기간제 노동자들이 가입한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의 이선인 위원장은 “한달 전부터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구성과 절차 논의를 하자고 지자체에 공문을 보냈으나 답변은 한 곳도 오지 않았다”며 “오늘(30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노동자들이 최소 10개 지자체에 있다”고 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기간제 노동자가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해당 업무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회(노사전협의회)에서 정규직 전환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파견·용역 노동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공운수노조가 조합원이 있는 공공기관 26곳을 조사한 결과, 협의회 구성을 완료한 곳은 8곳에 그쳤고, 지방공기업은 12곳 중에 1곳만 구성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공공기관의 경우 협의회의 노동자 대표를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용역업체 중간관리자로 선정한 경우도 있다 한다.
권 원장은 “고용부가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를 노조와 공유하면 대상자에서 빠진 인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고용부가 응하지 않고 있고, 전환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배제되고 기관이 노조와 협의없이 임의대로 진행하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실태조사에서 비정규직 현황 누락이 확인되면 지방노동청을 통해 보완할 수 있도록 조처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정규직 전환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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