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7일 광화문광장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한광호 열사'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하청업체인 유성기업과 공모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현대자동차 법인 및 현대차 임직원 4명이 기소된 사건과 관련, 현대차가 “처벌 조항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위헌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위헌 제청 신청의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재판을 무기한 연기(추후 지정)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로 6년이나 ‘지각’ 기소된 사건인데, 재판마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
14일 대법원 누리집을 보면, 현대차 법인은 ‘유성기업 노조파괴’ 재판을 맡고 있는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재판부에 지난 11일 위헌 제청을 신청했다. 위헌 제청 신청은 재판의 당사자가 재판부를 상대로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려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현대차 법인은 자신들이 기소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종업원의 법인도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양벌규정’을 위헌이라고 문제 삼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인의 감독상 책임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직원의 행위만으로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위헌 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검찰 기소 당시만해도 현대차는 “재판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현대차의 위헌 제청 신청으로 재판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12일, 기소된 지 석 달여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신청을 받아들일지 검토하겠다”며 다음 재판 일정을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위헌 제청 신청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재판 자체를 미루는 일은 극히 드물다. 신청만으로 재판이 미뤄지면, 소송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현대차 법인과 나머지 임직원들의 재판을 분리해 임직원에 대한 재판만이라도 계속 진행하자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현대차와 법원의 의도적인 ‘미뤄 조지기’”라며 반발했다. 노조를 대리하는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임직원과 법인에 대한 심리를 분리해서 진행하면 될 일인데 전체 재판을 미룬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이 지난 6년간 지연된 현대차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법적 심판을 기약없이 미루는 것으로, 법원도 현대차의 노조파괴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2011년 유성기업이 회사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와해·약화를 위해 만든 ‘제2노조’와 관련해 유성기업에 ‘시기별 제2노조 가입 목표인원 수’를 건네고, 유성기업이 이를 달성하도록 독촉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현대차와 현대차 임직원 4명을 지난 5월 기소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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