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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마필관리사 2명 자살’ 부른 마사회, 안전은 뒷전이었다

등록 2017-09-19 14:03수정 2017-09-19 14:08

고용부 ‘마사회 부산경남’ 감독 결과
조선소보다 많은 산안법 위반 적발
“세계수준 경마실시…안전수준 낮아”
고용구조·산업안전 개선 권고
7월16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한 마사에서 마필관리사가 말의 상태를 확인하고(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말 수영 훈련을 시키고, 마방을 청소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7월16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한 마사에서 마필관리사가 말의 상태를 확인하고(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말 수영 훈련을 시키고, 마방을 청소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전체 마필관리사의 34%가 우울수준 고위험군으로 나타나고, 산재은폐 등 산업안전분야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부는 공공기관인 마사회에 대해 “세계 선진수준의 경마 실시국에 걸맞지 않게 산업안전보건은 낮은 수준”이라고 수위 높게 비판하고, 마사회에 ‘경영방침’에 ‘안전경영’을 명시하도록 하고, 마필관리사의 열악한 처우의 원인이 되는 고용구조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고용부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사회 부산경남본부·협력업체·조교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산업안전분야에서 모두 5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255건을 사법처리하고, 270건 4억6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폭발사고로 하청노동자 4명이 숨진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에 대한 특별감독에서 376건이 적발된 점을 감안하면, 조선소보다 산업 안전상 문제점이 많았던 셈이다.

이번 감독은 지난 5월과 8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등 마필관리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방고용노동청이 아닌 고용부 본부 차원에서 진행됐다. 마필관리사는 마사회의 경마에 나오는 출주마를 관리하고 훈련하는 일을 한다. 마필관리사는 애초 마사회 직접고용 노동자였으나, 1993년부터는 마사회와 마방(마구간) 임대계약을 맺고, 말 주인과는 말 관리업무 위탁계약을 맺는 ‘조교사’에게 고용되는 복잡한 고용형태를 띠고 있다. 마필관리사의 임금은 최저임금인 기본급에 경마 성적에 따른 상금으로 구성되는데, 부산경남의 경우 상금 배분에 대한 기준이 명확지 않고, 임금에서 상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노동조합은 마필관리사 2명의 자살이 복잡한 고용구조에 따른 열악한 처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문제점은 마필관리사 직무 스트레스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감독과정에서 실시된 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부산경남·서울·제주 마필관리사에 대한 직무 스트레스 조사결과 물리적 환경·직무 불안정 등 부문에서 한국인 평균보다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경남은 34%, 서울 32.3%, 제주 43%가 우울 수준이 ‘고위험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각종 산재 사고도 은폐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가 지난 5년간 마사회 안 응급센터를 통해 외부병원으로 후송된 노동자 107명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62건의 산재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산재 은폐는 조교사가 마사회와 마방 대부계약을 맺을 때 산재율을 점수로 반영해, 조교사들이 마필관리사들이 다쳐도 산재처리를 회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마사회가 산재 현황조차 관리하지 못해 사고원인 분석도, 이에 따른 개선대책도 수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용부는 마사회가 ‘안전경영’에 대한 아무런 인식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안법상 의무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거나, 안전보건관계자가 해당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마사회가 ‘안전’을 뒷순위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필관리사 재해예방계획은 경주편성과 경마 상금을 산정하는 ‘경마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경영방침에 ‘안전경영’을 명시할 것, 안전전문인력 보강하라고 권고했다.

고용부는 “마사회가 경마의 선진화뿐만 아니라 경마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고용과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마사회의 마방 대부 평가에 따라 마필관리사 고용관계 단절이 발생하는 만큼,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한 마방대부운영 △마필관리사 임금 가운데 경쟁성 상금 축소 및 기본급 확대 △마필관리사 상금배분 비율공개 및 지급현황 공개 등을 권고했다.

이같은 권고는 현재 마사회와 조교사·마필관리사 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논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고용부가 적극적으로 지도할 것”이라며 “내달 중에 서울·제주본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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