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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파리바게뜨 본사, 제빵기사에 상습 폭언…노조 관련 회유도

등록 2017-09-26 15:35수정 2017-09-27 08:42

가맹점 관리 본사 품질관리사
“내 눈에 띄지 말라…네 발로 나가라
살아남으려면 내가 특별관리하겠다”
상시적 지시·제빵기사 인사관여 증거

다른 본사 직원도 노조 조합원 찾아가
“오너 결단뒤 제빵기사 정규직 노조 가입할 것
노조 하려면 민주노총 말고 정규직 노조 하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이 협력업체 소속 가맹점 제빵기사에게 수시로 욕설과 협박을 섞은 업무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제빵기사들의 노조 설립 이후에는 본사 관리자가 노조 조합원을 찾아가, 별도로 존재하는 정규직 노조의 대의원을 제안하며, 사실상 노조 활동을 하지 말 것을 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행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26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제빵기사 노조)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으로 가맹점을 관리하는 품질관리사 김아무개씨와 가맹점 제빵기사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이 직원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20대 여성 제빵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섞은 업무지시를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봄, 김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가맹점 제빵기사에게 “이기적인 새끼, 그냥 너 알아서 해”, “(자신을) 깍듯이 대하고 토 달지 말고 하라는 거 똑바로 하면 같이 있을게”, “앞으로 똑바로 해, 내 센터에서 살아남으려면 특별관리할 테니 못하겠으면 네 발로 나가”라고 말한다. 이어 자정 가까운 시간에도 카카오톡을 보내 “다음 달부터는 네가 내 눈에 안 보였으면 좋겠다. 알아들었으면 네가 알아서 꺼져주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달 뒤에도 “현 시간부터 (업무지시가 이뤄지던) 카톡방 다 나가”라며 “네 맘대로 점포 들어갈 수 있는지 보자”라고 말한다. 이는 협력업체 소속인 제빵기사의 가맹점 배치를 비롯한 제빵기사들의 ‘생사여탈권’이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에게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한겨레>가 지난 6월27일 본사의 가맹점 제빵기사에 대한 업무지시가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는 보도를 한 이후에도 제빵기사에게 예상매출액을 명시한 가맹점 주문 관리를 제빵기사에게 지시하는가 하면, 가맹점을 대상으로 진행된 고용부의 근로감독의 문·답 내용을 전해주는 등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 근로감독에 대한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씨는 카카오톡을 보낸 뒤 “카톡을 지우라”고 말해, 본사와 제빵기사 간의 소통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17일 제빵기사 노조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충청권의 본사 소속 품질관리 파트장 ㄱ씨는 노조에 가입한 제빵기사 ㄴ씨를 찾아가 노조활동을 하지 말 것을 회유한 사실도 나타났다. <한겨레>가 확보한 제빵기사 ㄴ씨와 ㄱ씨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ㄱ씨는 “인천의 그 친구(임종린 제빵기사 노조 지회장)가 전국적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있는 사실을 본사도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에 한국노총(정규직 노조)이 있어. 오너가 (아직) 결정을 안내렸어. 향후 다 (한국노총 정규직) 노조로 가입시킬 거야. 한국노총으로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면서 본인들이 가입하게 되는거야”라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노조법이 금지하는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제빵기사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임 지회장에 대해서는 ㄱ씨는 “민주노총에 자기 나와바리(영역) 만드려는 것”이라며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노조 대의원이 되면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안 해도 된다”며 “그 친구가 자기 밥그릇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우리는 오너회사야. 자꾸 (협력사와 가맹점 사이의 제빵기사 공급에 관한) 도급관계를 (민주노총 노조가) 흔들어 놓으면 오너 입장에서는 직접고용으로 간다”며 “민주노총이 와서 뭘 해줄 건데, 법적으로 (본사와 도급업체 간의) 계약관계 해지하면 끝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ㄴ씨에게 ‘정규직 노조’ 대의원을 제안하는 듯한 말도 했다. ㄱ씨는 “제빵기사 5천명을 (정규직) 노조로 귀속시킨다고 거기서 끝이 아니야. 지역별로 노조 대의원을 만들어야 돼. (노조를 해도 민주노총이 아니라) 거기(정규직 노조)서 하는 것이 현명해”라고 말했다.

ㄱ씨는 “나는 절대 노조 가입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야. 손해 보는 짓은 하지 말라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뭔지, 그때 꿰차는 거지”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해당 대화는 약 20분간 이뤄졌는데, ㄱ씨는 “우리 기사들”, “내 자식 같은 기사들”이라며, 시종일관 ㄴ씨에게 반말로 말해 본사 직원과 제빵기사 사이의 권력관계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제빵기사 노조는 이날 서울 양재동 파리바게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고용과 연장근로수당 지급 등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파리바게뜨가 즉시 이행할 것과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고용부 근로감독을 통해 직접적인 지휘·감독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제빵기사들은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교섭요구를 거부했다. 파리바게뜨 총무팀 직원은 제빵기사 노조의 기자회견 내용을 시종일관 캠코더로 녹화했다.

이정미 의원은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는 노동문제다. 파리바게뜨내 불법적인 인력운영을 프랜차이즈에 맞게 3자 관계로 되돌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과 임금꺾기 등 제반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본사 직영점 기사와 협력사 소속 기사의 급여차이가 얼마인지, 협력사 간접비용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추가비용이 발생되는지 등 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이 문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상습폭언을 한 직원과 관련해 “해당 직원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해 이미 인사조처 했고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노조 관련 회유 의혹에 대해서는 “노조와 회사 사이에 노조 가입과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한적이 없다”며 “해당 직원이 개인적으로 한 발언으로 왜 이같은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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