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노사협의회 실태조사’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 노동자의 이익 대변을 위해 ‘상시’ 존재하는 기구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 따른 ‘노사협의회’다. 노사협의회는 “노사 참여와 협력으로 노사공동의 이익을 증진해 산업평화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3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가 의무화된 노사협의회를 기업의 42.8%가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받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노사협의회 운영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보면, 노사협의회 설치 의무 대상기업인 30인 사업장 586곳 가운데 42.8%가 노사협의회를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참법은 3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곳에서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운영하지 않는 곳 가운데 77.7%가 “설치·운영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고 답했고, 8%는 아예 “노사협의회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응답했다. 12%는 “노사협의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다른 조직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근참법은 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 각각 3~10명으로 구성해 △성과배분 △인사·노무관리제도 개선 △인력 배치전환·해고 등 고용조정의 일반원칙 등 14개 항목을 ‘협의’하고 △교육훈련 계획 수립 △복지시설 관리 △사내근로복지기금 설치 등을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또 사용자에게는 △경영계획 전반과 실적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 △기업의 경제·재정적 상황에 대해 보고할 의무도 부여한다.
제대로 운영된다면, 노조가 없는 곳에서 노동자의 이익 대변에 효과적인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유노조 기업의 92.5%가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노조가 없는 기업에서는 절반도 못 미치는 49.4%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협의회가 노동자 이익 대변을 위해 별다른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노사협의회의 변칙 운영도 눈에 띈다. 근참법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 그 노조에서 위촉하도록 하고 과반수노조가 없을 땐, 시행령에 따라 노동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근로자위원을 지명·추천하는 기업이 13.4%에 달했고,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로 뽑는 경우도 11.0%로 나타났다. 법령에 맞게 직접선거로 뽑는 경우(47.5%), 과반수노조가 전원을 위촉하는 경우(11.9%)를 제외하면 노사협의회를 운영한다고 해도 40.6%가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셈이다.
노사협의회의 논의내용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근참법상 ‘의결’사항을 실제 의결하고 있는 곳은 24.4%에 그치고, 의결사항을 보고·협의로 처리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노사협의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이유로 “노사양쪽이 무관심해서”가 50%, “운영기법 부족”이 20.8%, “활성화 의지 부족”이 10.4%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30인 이상 기업에서 노사협의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데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 응답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라고 적었다. 이어 “근로감독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행위와 함께, 노사협의회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