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원들이 지난 9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스피씨>(SP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제빵기사 5천여명에 대한 직접 고용과 미지급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110억 1700만원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제빵기사 불법파견으로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가 노동조합이나 제빵기사와 직접고용에 관한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파리바게뜨는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주가 참여하는 합자회사 설명회를 잇따라 여는 등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사실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31일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협력업체들은 지난 28~29일 소속 노동자를 불러 ‘상생기업 설명회’를 열었다. 상생기업은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주 3자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을 추진하는 합자회사를 말한다. 협력업체들은 상생기업이 제빵기사를 고용한 뒤 가맹점에 제빵기사를 파견하고, 원래 본사가 담당했던 품질관리 업무도 함께 이관해 본사 대신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 협력사 대표는 설명회에서 제빵기사를 상대로 “상생기업으로 가면 근로복지도 향상시킬 수 있다. 본사가 직접고용해도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점주가 고용하면 근로조건은 더 낮아질 것”이라며 상생기업 입사를 홍보했다.
문제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아닌 상생기업을 통한 고용이, 시정명령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용부도 “합자회사가 제빵기사를 고용하려면, 노동조합과 제빵기사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태도다. 다만, 노동자가 스스로 상생기업 입사를 희망한 경우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된다. 이들에 대한 파리바게뜨의 직접고용 책임도 사라진다. 결국 파리바게뜨는 상생기업에 ‘지분투자’와 업무 일부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직접고용 부담을 덜고, 1인당 1천만원인 직접고용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 부담도 털어버릴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시정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본사는 뒤로 빠진 채 불법파견 업체인 협력업체가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노동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상생기업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본사 직접고용 제빵기사와의 차별이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가 ‘상생기업 고용’을 원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방침을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부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상생기업으로 고용되지 않는 노동자들은 협력업체에 남게 돼 파리바게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는 것을 제외하곤 방법이 없어진다.
<한겨레>는 파리바게뜨에 ‘직접고용 대신 상생기업으로의 고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파리바게뜨의 공식 입장인지’, ‘상생기업으로의 고용을 원하지 않는 제빵기사들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했으나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