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가 맡던 4개 공정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
비정규직 100명은 일자리 잃을 가능성 높아져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정규직 연대가 살길”
비정규직 100명은 일자리 잃을 가능성 높아져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정규직 연대가 살길”
한국지엠(GM) 부평공장에서 5년째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ㄱ씨는 지난 31일 사내하청업체로부터 휴직과 함께 자택대기 통보를 받았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지엠이 사내하청으로 운영하던 공정을 ‘인소싱’을 통해 다시 원청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ㄱ씨가 속한 사내하청업체는 지난 30일 한국지엠과의 도급계약이 끝났고, ㄱ씨를 비롯한 사내하청 노동자 6명이 일하던 자리는 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졌다.
ㄱ씨가 ‘정규직’한테 일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2008년 경제위기 때도 부평공장의 또다른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 1천명과 함께 해고됐다. 2013년 다시 부평공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4년 만에 똑같이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ㄱ씨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말이 휴직이지 원청과 사내하청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라며 “정규직 노조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했는데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우선 해고해 경영위기의 ‘방패막이’로 삼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인소싱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한테는 더 큰 박탈감을 준다. 특히 인소싱은 정규직 노조 대의원의 ‘동의’로 이뤄지는 까닭에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간의 갈등 요소가 된다. 정규직 노조가 인소싱에 동의하면, 비정규직 노조는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만이 아니라 창원공장에서도 인소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6일 회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명이 속해 있는 4개 공정을 인소싱하겠다며 정규직 노조에 통보한 상태다. 김희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지회장은 “한국지엠이 경영위기의 모든 책임을 10년 넘게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한테 떠넘기고 있지만, 정규직 노조는 인소싱 여부에 대해서 비정규직 노조와 이렇다 할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규직 노조가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노동강도를 낮추는 등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총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도 “물량이 감소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연대하는 것이 먼저”라며 “정규직 노조가 노동자 연대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관계자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일감 부족으로 휴업에 들어가는 상황이지만, 회사의 인소싱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장기간 근무했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고용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사내하청업체들과 협의까지 했다”며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지회는 2일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인소싱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자동차 부평1공장.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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