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 천막 농성장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하라며 농성중이다. 인천지역에서 지원기사로 근무중인 제빵사 구용회씨(모자 쓴이)와 임영국 민노총 화학섬유노동조합 사무처장이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5일 저녁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 천막에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몇몇 제빵기사가 모였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노조)의 철야농성이 이날로 나흘째를 맞았다.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나온 이후 파리바게뜨 본사가 조용했는데, 그사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어요. 직접고용 명령 이후 이제 ‘에스피씨에 다닌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너무 화가 났습니다.”
서울에서 제빵기사로 일하는 최아무개씨의 목소리는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지난 31일 행정소송과 과태료 부과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는 사실에 한껏 높아졌다. 이날 만난 대다수 조합원의 주된 관심사는 단연 파리바게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소송’이었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부의 시정명령과는 달리, 가맹점주·협력업체·본사가 지분을 나눠 설립하는 ‘상생기업’을 통해 제빵기사를 고용하겠다는 태도다. 파리바게뜨는 소송을 낸 이유가 이 상생기업 설립을 위한 ‘시간 벌기용’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노조 조합원들은 제빵기사를 빼놓고 추진하는 ‘상생기업’은 대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7년차 제빵기사인 김태완씨는 “(본사가) 노조의 대화 요구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한 채, 자신들이 정해놓은 혜택만을 강조하며 상생기업만이 대안이라고 말한다”며 “상생기업이 되면 휴무도 늘려주고 임금도 올려준다는데, 말장난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말했다. 제빵사 구용회씨도 “상생기업은 우리랑 대화조차 하기 싫어하는 본사가 우리를 더 ‘편하게’ 부리겠다는 말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본사에 대화와 직접고용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청년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를 6일 출범시켜 힘을 보탠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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