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에스피씨(SPC) 본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원이 파리바게뜨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명령’ 처분의 효력을 오는 29일까지 잠정 중지한다고 6일 결정했다. 오는 9일까지였던 직접고용 명령의 효력은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중단돼, 파리바게뜨로서는 애초 소송 목적이었던 ‘시간벌기’ 효과를 얻게 됐다.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고용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파리바게뜨에 내린 직접고용 시정명령 처분에 대한 효력을 오는 29일까지 재판부 직권으로 중지한다는 결정을 지난 6일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오는 22일 열어 양쪽의 주장을 듣기로 했다. 법원 관계자는 “오는 29일까지 시정지시 처분의 효력을 잠정 중단한다는 것으로, 재판부가 사안에 대한 심증을 형성해 잠정 처분을 내린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쪽은 22일 심문기일과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판단할 때까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21일 고용부가 파리바게뜨에 대한 근로감독결과를 발표하면서 파리바게뜨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뒤, 이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왔던 가운데, 오는 29일에는 비록 최종 본안소송 판결이 아닌 집행정지 신청 결정일지라도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처음 나오는 셈이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소송대리인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선임했고, 고용부는 일단 소송수행자를 고용부 내부 변호사·근로감독관으로 정해둔 상황이지만, 소송대리를 외부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빵기사들이 가입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도 소송에 ‘보조참가’할지를 검토중이다. 행정소송법은 소송결과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는 제3자가 한쪽 당사자의 승소를 위해 소송에 참가하는 ‘보조참가’를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허용하고 있다. 직접고용 시정명령의 이행 여부에 따라 제빵기사들의 직접고용 여부가 판가름 나는 만큼 법률상 이해관계가 제빵기사들에게도 있다는 취지다.
한편,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파리바게뜨는 오는 29일까지는 애초 소송 제기목적이었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31일 직접고용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과 본안소송 판결 전까지 시정명령 처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냈다. 소송 제기 사실이 알려지자 파리바게뜨는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고용부의 시정명령 이행기간이 연장될지 여부를 알 수 없어 낸 소송”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파리바게뜨 쪽은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상생기업에 대한 설명회를 하고, 노동자들로부터 상생기업으로의 고용을 원하고, 직접고용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동의서를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의 시정명령에 따라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제빵기사를 고용하고 있고, 무허가파견업체로 고용부가 판정한 협력업체, 가맹점주 3자가 함께 지분을 출자해 ‘상생기업’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해 제빵기사를 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용부는 상생기업을 통한 고용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고용의무’ 이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파리바게뜨가 신청한 시정명령 기한 연장 여부는 “직접고용 명령 이행에 관한 계획과 노력을 입증하면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6일 파리바게뜨는 상생기업 설명회 개최 실적이나 상생기업을 통한 고용 방안 등을 담은 자료를 ‘직접고용 이행 노력’이라는 취지로 고용부에 제출했으나 고용부 관계자는 “계획이 미흡하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화섬노조 관계자는 “법원 결정에 따라 결과적으로 파리바게뜨의 시정명령 이행기한이 연장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며 “파리바게뜨는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생기업 추진을 중단하고, 법원은 현명한 판단을 통해 5378명의 청년노동자의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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