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지난 8월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4개 핵심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유엔에 밝혔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에 관한 구체적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인권·시민단체와 고용노동부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에 포함된 218개 권고 가운데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 등 85개 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지난 14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는 유엔이 4년6개월에 한번씩 개별 회원국에 대한 인권상황을 검토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절차를 말한다.
한국 정부는 2013년에도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을 권고받았으나 “협약의 일부 조항이 국내 법령·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핵심 협약은 결사의 자유(87·98호) 및 강제노동 금지(29·105호)에 관한 협약 4개로, 그동안 한국은 이를 비준하지 않아 국제사회로부터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로 지목받아왔다.
이번에 정부가 수용하기로 한 권고에는 핵심협약 비준만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선출·임명 절차 투명성 확보와 독립성 보장, 이주노동자 권리 증진과 노동법 위반 사업주 처벌, 여성·아동의 권리 보호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는 사형제 폐지, 성소수자 차별 금지, 대체복무제 도입, 인종차별 금지, 국가보안법 개정, 명예훼손 및 모욕죄의 비범죄화 등의 130개 권고에 대해서는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내년 3월 한국에 대한 심의 보고서가 정식 채택되기 전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정부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비준’과 ‘교육분야 차별 금지에 관한 유네스코 협약 비준’, 그리고 ‘북한 식당 탈북여성 12명과 김련희씨에 대한 즉시 석방과 처벌’ 등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민변 등 인권단체는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의 권고 수용과 관련해 시민사회와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인권단체는 정부의 권고 수용과 구체적 이행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