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 첫 재판에서 고용부가 내린 시정지시의 성격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법원이 고용부의 시정지시를 ‘행정처분’이라고 보지 않을 경우, 실제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등의 다른 복잡한 쟁점을 심리할 필요없이 ‘각하’되기 때문에, 파리바게뜨 쪽은 “행정처분”이라고, 고용부 쪽은 “행정처분이 아닌 단순 행정지도”라고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22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직접고용 시정지시 취소 청구소송’(본안소송)의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번 심문은 파리바게뜨가 자신들이 낸 본안소송의 판결 전까지 직접고용 시정지시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으로, 양쪽은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법적 강제력이 있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집행정지 인용 여부에 따라 ‘회복불가능한 손해’나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발생하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먼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파리바게뜨 쪽은 “시정지시를 이행한 뒤 보고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와 형사처벌이 예고돼 있기 때문에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고용부 쪽은 “시정지시는 법에 따른 처분이 아닌 고용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근거한 ‘행정지도’로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고용부가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하면 그에 따라 다투면 될 일이지, 행정처분이 아닌 시정지시를 취소해달라는 것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근로기준법이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 사용자가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위법사항을 저질렀을 경우 먼저 시정지시를 해 시정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시정을 하면 형사 입건 대신 ‘내사종결’하고 과태료도 부과하지 않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엔 법에 규정된 대로 수사 절차 개시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시정지시의 성격에 대한 법적 판단은 엇갈린다. 2009년 고용부가 금호타이어에 내린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광주지법은 해당 시정지시가 “단순한 권고적 효력만을 가진 행정지도에 불과한다고 보기 어렵고, 금호타이어에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이라며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0년과 2014년 서울행정법원은 체불임금 지급에 대한 시정지시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각하한 바 있고, 2013년 헌법재판소도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가 고용부가 사용자에게 임금체불에 대한 시정기한을 부여한 것이 부당하는 취지로 낸 헌법소원에서 “범죄인지(수사) 전에 법 위반사항을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권유하는 행정지도로,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임의적인 협력을 통한 금품청산이라는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행하는 단순한 행정지도에 불과하다”며 각하한 바 있다.
집행정지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손해에 대해서도 양쪽은 치열하게 다퉜다. 파리바게뜨 쪽은 “시정지시에 따라 제빵기사 5천여명을 직접고용한 뒤 본안 판결에서 시정지시가 부당하다고 판결이 날 경우 고용관계를 해지할 방법이 없고,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도 53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고 있어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피해가 막심하다”며 집행정지 인용을 주장했다. 반면 고용부 쪽은 “과태료는 고용부가 부과처분을 해도 이의제기하면 집행이 정지돼 내지 않아도 되므로 발생할 손해라고 볼 수 없다”며 “만약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경우 고용부는 위법을 확인하고도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데, 재판부가 ‘수사를 하지 말라’고 결정하는 경우는 없어 인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 보조참가한 제빵기사 노조 대리인은 “재판이 진행되는 지금 순간에도 파리바게뜨는 과태료 부과와 직접고용 의무 면제를 위해 청년 제빵기사를 겁박·회유해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집행정지 인용은 불법파견을 근절하는 파견법의 일반적 예방효과를 없앤다는 점에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시간 남짓의 재판을 마친 뒤 마친 뒤 재판장은 “29일 이전에 집행정지 인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파리바게뜨 회사관계자를 비롯해 제빵기사 노조 조합원 10여명, 취재진 등 80명 남짓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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