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가 23일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 노동자’한테도 노동시간에 비례한 휴가와 퇴직금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23일 오전 상임위원회를 열어 ‘초단시간 노동자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권고의 건’을 수정의결했다. ‘주당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노동자인 초단시간 노동자한테도 근로기준법 등에서 보장하는 주휴일 및 연차유급휴가와 퇴직금, 고용보험 등을 적용하라는 내용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라도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권고도 담겼다.
현재 초단시간 노동자한테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부여하는 유급휴일’인 주휴일이나 퇴직금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는 “적어도 ‘시간 비례의 원칙’에 따라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임신·출산과 육아 등 모성보호휴가, 산업재해 등도 ‘기본적인 사회적 연대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초단시간 노동자한테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 적용과 관련해서는 일부 상임위원간 이견으로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권고는 노동법에서 배제된 초단시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초단시간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2015년 58만5천여명으로 2002년(18만6천여명)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9.2%로, 같은 기간 전일제 노동자 증가율 2.2%보다 훨씬 가팔랐다. 이런 급격한 증가는 돌봄노동 등 영역으로 저소득층 여성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고 전일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노동자가 초단시간 일자리로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이들 초단시간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월 평균 30만원에 그친다. 고용보험 미가입율도 97.9%에 이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정부 부처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고용부 역시 최근 국가인권위의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권고를 수용한 바 있어, 이번 권고도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에서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국가인권위 권고 내용과 비슷한 취지의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등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권고가 도착하는 대로 검토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