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에 관한 여야 3당 간사간 합의에 양대 노총 등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가 휴일근로수당을 지금처럼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하자 양대 노총이 강력투쟁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일부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도 노동계 반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27일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우원식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관한 의견을 모았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강병원·이용득 등 환노위에 속한 여당 의원이 양대 노총,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과 함께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간사 간 근로기준법 개정 합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우 원내대표가 이를 수습하려고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은 여야 간사 간 합의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여야의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는 2011년 이후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만큼 일일 통상임금의 150%가 아니라 200%를 휴일근로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비롯했다. 지금껏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이런 행정해석은 주 최대 노동시간이 무려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16시간)에 이르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여야는 주 최대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해왔다. 장시간 노동을 막으려면 주 5일 기준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 52시간을 최대 노동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여야 3당 간사는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못박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면서도 휴일근로에 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200%가 아닌 150%만 지급하되, 하루 8시간을 넘는 경우에만 200%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이런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0년 1월 50인 이상, 2021년 7월 5인 이상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합의안에 대해 강병원·이용득 의원과 양대 노총 등은 “국회가 정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뒤처리해주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행정해석 폐기’를 대선공약으로 발표했고,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지난 23일 “잘못된 행정해석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힌 점을 들어서다. 강 의원은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용부 장관의 행정해석에 대한 사과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52시간을 넘어서는 장시간 노동과 휴일노동에 대해 중복할증 없이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과”라며 “여야 간사 간 합의는 장관의 사과가 무색하게 잘못된 행정해석을 뒷받침해주는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내년 1월에 중복할증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 뒤, 봄에 선고를 내릴 전망이라는 점도 합의안 비판의 근거가 된다. 이용득 의원은 “대법원도 중복할증을 인정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임금 청구권 보존 차원에서 중복할증을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여아 간사 간 합의는 법원 판결 경향을 뒤집는 입법을 강행하려 하는 것으로, 사법부 판단을 지켜보고 치유적 입법을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번 합의안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노-정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노총 선거에 출마한 4개 후보조는 성명을 내어 “개악이 강행될 경우 차기 위원장 당선자는 노-정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환노위와 여당이 계속해서 개악을 강행한다면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에선 중복할증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진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축소되면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현재처럼 50%만 할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의 초과근로 할증률이 국제기준인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치(25%)에 비해 이미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조일준 곽정수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