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원이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 취소청구 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파리바게뜨 쪽은 ‘본안소송’ 1심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바게뜨 쪽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장’을 냈다가 2시간 만에 취하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파리바게뜨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직접고용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시정지시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신청은 부적법하다”며 28일 각하 결정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고용부가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고용형태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금지하는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사용사업주’로 판단한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5000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한 ‘시정지시’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였다. 파리바게뜨 쪽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용부가 과태료부과와 형사입건을 예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했고, 고용부는 “과태료부과와 형사입건에 앞서 시정지시를 통해 위법사항을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행정지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용부의 주장대로 ‘행정지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 등 관계 법규명령 어디에도 고용부에게 파견법을 위반한 사용사업주에 대한 범죄인지나 과태료부과에 앞서, 우선적으로 시정지시를 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행정규칙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른 시정지시는 사용사업주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해 임의적 협력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관계 법령 어디에도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고용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파견법의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부과는 파견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부과되는 것이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파리바게뜨가 “형사입건과 과태료 부과 전에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임을 인정해 행정소송을 통해 파리바게뜨의 법적 불안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고용부는 시정지시에 관한 법원의 판단과 무관하게 파리바게뜨에 대한 형사입건과 과태료부과를 할 수 있고, 협력업체 제빵기사들도 파견법에 따른 고용의사 표시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시정지시를 ‘처분’이라고 봐 행정소송 대상이 된다고 보더라도 파리바게뜨의 ‘법적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본안소송이 아니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라 법원의 최종판단은 아니다. 그러나 본안소송 역시 집행정지 신청을 같은 재판부가 맡고 있고, 이 재판부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한 꼴이어서 본안소송 1심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고용부는 법원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고용부 관계자는 “집행정지 소송으로 인해 미뤄진 기간을 감안해, 내달 5일까지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사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리바게뜨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이날 저녁 7시께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가 2시간만에 다시 취하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법률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는 항고를 하자고 했고, 회사는 최종 검토를 거쳐 안하기로 결정해 취하서를 낸 것”이라며 “법원의 이번 결정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 아니라, ‘처분성’에 대한 판단이어서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주협의회와 협력업체들과 함께 설립을 추진 중인 ‘상생기업’을 통한 제빵기사 고용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에게 “고용부의 시정지시에 따른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고, 상생기업으로의 고용을 원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빵기사들에게 받아왔다. 파리바게뜨는 확인서를 많이 받을수록 직접고용을 하지 않은 노동자 1인당 1천만원씩 부과되는 과태료의 액수를 줄일 수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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