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조 대표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저임금위원회에 속한 전문가 티에프가 26일 내놓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제도 개선안은, 노동계와 재계의 이해관계가 팽팽히 엇갈리는 현안에 대해 정기상여금을 지렛대로 절충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초안 형태이긴 하나 최저임금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첫 대안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최저임금위는 2004년과 2015년에도 산입범위에 관한 제도 개선 논의를 벌였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날 최저임금위 전문가 티에프가 내놓은 개선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이후 최저임금과 유사한 통상임금의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 등 그 범위가 확대되면서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을 일치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돼왔다.
최저임금에 산입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가장 쟁점이 됐던 ‘상여금’은 포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은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따질 때 1개월 단위로 산정돼 지급된 임금만을 산입 대상으로 본다. 많은 기업에서 지급하는 임금 항목인 상여금은 사실상 기본급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연 600%를 6번에 걸쳐 100%씩 나눠 주는 등 지급주기가 1개월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돼왔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실제 지급하는 임금이 훨씬 많은데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양산한다”고 주장해왔다. 최저임금 위반을 막기 위해 기본급을 인상하면 그에 따라 상여금까지 인상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고임금 노동자가 누린다는 비판 역시 재계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티에프가 내놓은 ‘다수의견’은 산정주기와 관련 없이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임금만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자는 것이다. 격월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영계가 지지하는 ‘소수의견’은 격월이든 분기마다든 매년 지급되는 상여금의 총액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고, 평균을 내서 월 최저임금 이상이면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만들자는 방안이다. 두 안 모두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총액을 유지하면서 매월 분할 지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문구를 최저임금법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담고 있다. 사용자들이 임금 지급주기·액수를 바꿀 때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상여금과 마찬가지로 산입범위에서 빠져 있던 식대·교통비·숙박비와 같은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임금 역시 “사실상 임금과 다를 바 없다”는 재계의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티에프에서는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규율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상 생활보조·복리후생적 임금까지 산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현행 유지안(1안), “매월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성 임금은 산입하자”는 2안, “2안에 현물로 제공되는 숙식비 등도 산입하자”는 3안이 우선순위 없이 모두 제시됐다.
이번 제도 개선안에 대한 노사의 반응은 엇갈린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도록 한 티에프 개선안이 “현행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수당이라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사후적으로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갈망하는 430만 저임금 노동자의 희망을 짓밟는 개악 권고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상여금 산입범위 포함을 ‘진일보한 안’이라고 평가하며 반기지만, 산입범위를 더욱 넓혀야 한다는 태도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상여금은 지급 기간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소수의견’으로 결정돼야 하고, 생활보조적 금품에도 현금성뿐만 아니라 현물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달 10일 제도개선위원회를 열어, 산입범위를 비롯한 개선안 6개 항목에 대한 노사의 입장을 제출받기로 했다. 이후 전원회의를 개최해 논의를 종결하고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차가 너무 크고 이를 절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지만 단일안을 내기 위해 표결 처리 등을 할 계획은 없고, 이견이 있으면 있는 대로 정부에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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