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구 현대아파트의 경비노동자가 5일 오후 입주자 차량을 대신 주차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이 일부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고용 유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경비노동자는 근무시간이 길고 야간 노동이 잦아, ‘보수총액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지원기준을 넘는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노동자 한 명당 월 13만원에 그치는 낮은 지원액도 경비노동자 ‘해고 한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노원구의 520여가구 규모 ㄱ아파트는 기존 8명이던 경비노동자를 새해 들어 6명으로 줄였다. 경비노동자들은 격일로 24시간씩 일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가 해가 바뀌며 하루 근무 인원을 기존 4명에서 3명으로 줄인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공고문을 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노동자 한 명한테 추가로 드는 총 인건비는 월 34만5천원(연 414만원)이다. 8명을 유지하려면, 한 해 3312만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경비노동자를 두 명 줄임으로써 ㄱ아파트는 오히려 연간 1950만원의 인건비 지출을 줄이게 됐다. ㄱ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부득이 감원하게 됐다”며 “일자리안정자금을 알아보긴 했으나 지원금액이 13만원밖에 되지 않아 사람을 줄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지원금이다. 월 보수총액 190만원 미만의 노동자를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고용하는 사업주라면 신청할 수 있다. 지원 규모는 노동자 한 명당 월 13만원이다.
그러나 ‘월 보수총액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지원기준이 경비업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상당수 경비노동자는 근무시간이 길고 야근수당(통상임금의 50% 가산)도 많아 최저시급을 받아도 월 임금 총액은 19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보수총액 기준에 맞지 않아 이를 신청하지 못한 아파트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1000가구 규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월 임금이 약 200만원으로 오르게 됐는데, 몇만원 차이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지 못하게 됐다”며 “당장 경비노동자를 줄일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원기준이 바뀌면 그만큼 입주민의 부담도 줄어 현원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원기준 완화와 대상 확대는 예산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