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민주노총 새 집행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뜻을 밝힘에 따라 19년 만에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복원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민주노총은 파견노동·정리해고 도입에 반발해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고, 한국노총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정부의 일방적 ‘노동개혁’ 추진에 반대하며 2016년 1월 탈퇴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노사가 공감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모습이 어떠할지, 여기서 다뤄질 의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노총은 19일 오후 김명환 위원장 등 집행부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차담회를 한 뒤 낸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노동기본권, 노조 할 권리의 대폭 신장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 산별교섭 활성화, 노정협의 정례화 등 다양한 교섭과 대화가 필요하다”며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는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관련해 양대 노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을 미루고 이후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다른 주체들의 동의를 구해 회의 일정을 다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사정 3자는 민주노총이 참여 일정을 최종 확정하게 될 다음달 초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어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는 1998년 출범 이래 노사정 3주체가 모두 만족할 만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노동계는 노사정위를 들어 “노동자에게 일방적 양보만을 강요하고, 정부의 정책 추진에 들러리를 세운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이런 까닭에 문 대통령은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새로 만들겠다고 선거 과정에서부터 공약해왔다. 당시 공약집을 보면 양대 노총과 사용자단체들을 넘어 비정규직·하청·청년·여성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자 대표와, 중소기업·서비스업 등의 경영계 대표를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도 앞서 지난 11일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원 구성이나 의제, 운영방식, 심지어 명칭까지 개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할 의제는 주로 노-사 상호간 타협이 필요한 ‘사회양극화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의 의제로 ‘노동시장 격차 개선’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형태 다양화’ 등을 꼽았다. ‘근로빈곤층을 위한 고용복지’, ‘사회안전망 강화’ 등도 대화 의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이미 공약한 바 있고,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도 시급한 대화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날 한국노총은 문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낸 보도자료에서 “문 대통령이 핵심협약 비준과 법 개정을 위해 노동계가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학계를 중심으로 ‘중앙단위 대타협 시도에 매몰돼선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산업과 지역단위 대화 역시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한상균 전 위원장 석방 문제는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 정의와 상식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뜻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노사정 타협 등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소망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늘 만남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만들기 위한 전초 단계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어느 단계나 선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태우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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