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7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직장갑질119 제공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장 흔한 ‘직장 갑질’은 상여금 축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노동·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른 뒤 지난 20일까지 자체적으로 접수한 사용자의 최저임금 ‘꼼수’ 제보 77건을 분석해보니, 상여금 축소 사례가 35건(45%)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상여금 축소 ‘꼼수’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상여금을 아예 없애거나,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녹여 기본급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상여금 폐지나 기본급화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노동조합이나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자한테 이런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거나 동의를 강요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꼼수’ 사례로는 식대 등 수당 폐지 16건(21%), 휴게시간 확대 15건(19%), 최저임금 위반 4건(9%)이 뒤를 이었다. 일부 언론에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만큼 대량해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제보 사례 가운데 해고는 1건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2일 제보가 확실한 사업장 10곳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했고 고용부는 최저임금 신고센터에서 불법·편법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업들이 반강제로 취업규칙 변경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용부가 나서서 동의 과정에 강요성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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