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종별 직무등급, 숙련도별 단계 나눠
최하위 등급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
노동계 “근속 따른 임금상승 적고
청소·경비 가치 폄하한 임금체계”
정부쪽 “호봉제 편입땐 임금부담 커
공정성·지속가능성 보장돼야”
최하위 등급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
노동계 “근속 따른 임금상승 적고
청소·경비 가치 폄하한 임금체계”
정부쪽 “호봉제 편입땐 임금부담 커
공정성·지속가능성 보장돼야”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 노동자한테 적용할 정부의 ‘표준임금체계(직무급) 모델’이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와 함께 직무급을 도입해 근속연수가 아니라 일의 성격 및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직무급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설계된 탓에 저임금을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3일 <한겨레>가 확보한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과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발주한 ‘공공부문 주요 5개직종의 임금체계와 직무등급제의 표준화 모델 개발’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을 5개 직종으로 분류하고, 직무에 따라 4개 등급을 설정했다. 또한 숙련도에 따라 같은 직무등급 내에서 6단계의 승급 단계를 두기로 했다. 예컨대 청소 직종 가운데 비교적 단순·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하는 일반청소는 직무등급 1, 전문청소는 직무등급 2에 해당한다. 각 직무등급 안에서는 ‘숙련형성 정도’ 평가를 통해 2~4년마다 한번씩 승급할 수 있다. 1단계에서 6단계까지 승급하는 데 15년이 걸린다.
정부가 이런 표준안을 만든 것은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기관별 무기계약직 임금체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무기계약직 청소노동자 월 급여총액의 상한액이 서울시는 208만원(20호봉)이지만, 전라남도는 433만원(30호봉)에 이른다. 보고서는 “공공부문에서 진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개별 공공기관이 아닌 공공부문 전체에서 직종 내의 직무별로 동일한 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확립할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상승 폭이 적어 ‘저임금 고착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고서를 보면, 직무등급 1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1단계에서 15년 걸려 6단계로 승급해도 1단계에서 받던 임금의 0.1배를 더 받는 데 그친다. 직무등급 1의 1단계 임금이 최저임금(월 157만원)으로 설정돼 있어 15년을 일해도 기본급이 173만여원에 머무는 것이다.
이런 임금체계가 호봉제를 적용받는 기존 정규직과 ‘전환’ 정규직(무기계약직)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점도 반대의 근거다. 민주노총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9급 공무원이 15년을 일할 경우 각종 수당을 포함해 월 379만원을 받지만, 청소업무를 하는 전환 정규직(무기계약직)은 상여금·식대·복지포인트를 포함해도 2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청소·경비노동자 등의 노동의 가치를 절하한 ‘최저임금 직무급제’에 불과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보고서는 지금처럼 호봉제를 적용하면 해가 지날수록 인건비가 상승해 정규직 전환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근속에 따라 가파르게 임금인상이 될 경우, 시장임금보다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받게 돼 같은 직종·직무를 수행하는 민간부문 노동자들과의 격차와 공정성에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이는 다시 민간부문으로 아웃소싱될 강력한 유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금체계 표준모델안에 대해 두차례 노정 협의를 벌인 바 있는 고용부는 노동계로부터 추가 의견수렴을 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표준모델안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여러 우려를 바탕으로 의견을 모은 뒤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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