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노동단체 ‘직장갑질119’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위반 제보 놀부회사 명단 공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최저임금 ‘꼼수’를 사용한 대기업·프랜차이즈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저임금 위반을 피할 목적으로 기업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식대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등 ‘최저임금 꼼수’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 원·하청, 대형 프랜차이즈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최저임금 준수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2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 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사례들은 지난 8일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편법적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언급한 사례와 유사하다.
직장갑질119가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증언과 증빙자료 등을 분석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커피프랜차이즈인 ‘커피빈’은 한달 12만원씩 지급되던 ‘식대’를 없앤 뒤, ‘풀타임 근무수당’ 12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식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풀타임근무수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당 명칭만 바뀌 법 위반을 피해간 셈이다. 에스피시(SPC)의 계열사인 에그팜도 올해부터 연간 월 기본급의 600% 지급했던 상여금을 400%로 줄이고 200%는 기본급화 했다. 이밖에도 엘지(LG)디스플레이·삼성중공업·포스코 협력업체,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업체 등도 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갔다고 직장갑질119는 주장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업체들의 상당수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형식적·강압적 동의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이 동의를 구하는 방식에 대해 ‘사용자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회의방식을 통한 찬반토론’이 전제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직장갑질 119는 “동의절차가 완료된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법을 지켜야할 대기업이 불법·편법을 동원해 최저임금을 어긴 만큼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커피빈코리아 관계자는 식대를 ‘풀타임근무수당’으로 변경한 것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동의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에스피시 쪽은 이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