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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영화 ‘카트’ 실제 주인공들, 10년만에 정규직 된다

등록 2018-02-02 21:04수정 2018-02-03 07:30

2007년 ‘대량해고’ 반대투쟁 뒤 무기계약직
12년 이상 근속 570명 오는 7월 정규직 전환
“민간서도 ‘진짜 정규직화’ 가능보여준 사례”
2007년 홈에버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 <카트>의 한 장면.
2007년 홈에버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 <카트>의 한 장면.
“월급 명세서에 ‘선임’이라고 찍힌 걸 보면 실감이 나려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안 와요. 진짜 현실일까 싶기도 하고요.”

오는 7월1일 무기계약직 신분에서 벗어나 정규직이 되는 홈플러스 서울 월드컵점 노동자 황아무개(54)씨는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울먹였다. 황씨는 2003년 서울 상암동 까르푸(이후 홈에버→홈플러스로 이름 변경) 월드컵점이 문을 열 때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 이후 15년이 흘렀지만, 그의 직급은 늘 ‘사원’이었다. 무기계약직이었기에 승진을 하지도 못했고, 사실상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에 견줘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았다.

15년째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처지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온 황씨의 얼굴이 밝아진 이유는 홈플러스 노사의 정규직 전환 합의 덕분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과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지난 1일 근속 12년 이상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상은 전체 무기계약직의 20%에 해당하는 570명이다. 7월부터 새롭게 정규직이 되는 그들은 이제 ‘만년 사원’에서 벗어나 선임-주임-대리-과장 승진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임금체계와 복지혜택도 정규직과 같다.

황씨의 ‘감회’가 남다른 이유는 또 있다. 영화 <카트>와 웹툰 <송곳>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2007년 ‘홈에버 투쟁’의 기억 때문이다. 그때 황씨는 투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당시 회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량 해고했다. 황씨 등 수많은 홈에버 노동자가 계산대를 점거한 채 대량해고 철회를 외쳤고, 경찰에 끌려갔다. 홈에버 투쟁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졌고, 결국 510일 만에 비정규직 노동자 2천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매듭지어졌다. 황씨 등 투쟁에 참여했던 237명의 ‘송곳’이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합의를 누구보다 반기는 이들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다. 정규직 박아무개씨는 “나도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이 됐기 때문에 그 비애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며 “한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는 동료의 처우를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상향 평준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차이가 많이 줄어든 것도 정규직 전환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직-무기계약직의 연대에서 비롯한 노조의 교섭력, 최저임금 큰 폭 인상,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등이 맞물려 나온 이번 합의의 의미는 작지 않다.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만 다하면, 무늬만 정규직화가 아니라 ‘진짜 정규직화’가 민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고 짚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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