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변호사가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강화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발제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현행 헌법에서 노동권 관련 조항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제32조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노동3권)을 규정한 제33조 등이다. 하지만 이 조항들은 비정규직 확산과 불평등 심화, 장시간 노동 등 실제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4년엔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이 세계 139개국의 노동권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세계노동권리지수’ 조사에선 한국이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인 5등급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발제에서 △상시적 업무의 경우 기간을 정하지 않는 직접고용 원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 원칙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고용 안정성 확보와 차별 해소,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등의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며 노동계 등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이다. 권 변호사는 또 “노동 문제의 핵심은 차별이며, 사회권의 핵심 권리인 노동권이 무시되다 보니 노동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돼 있다”며 “헌법 제11조 평등권 조항에 ‘고용형태 등 사회적 신분’을 차별금지 사유에 추가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로 발생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을 바로잡자”고 제안했다.
권 변호사는 또 노동3권 조항에서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라는 목적상의 제한을 삭제하고, 공무원의 노동3권을 인정하되 현역 군인과 경찰의 단체행동권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주체를 ‘근로자’에서 ‘모든 사람’으로 바꿔,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 박탈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상 용어를 ‘근로’, ‘근로자’에서 ‘노동’, ‘노동자’로 바꿔 노동의 능동성과 주체성을 분명히 하고 △헌법 전문에 ‘노동 존중 사회를 지향’하는 한편 △노동 관련 재판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법원 근거조항을 넣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실업급여, 산재보험 같은 노동 관련 사회보장권도 노동기본권에 포함시켜야 온전하게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발제에서 제시된 ‘국가는 자녀의 출산·양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성 노동의 평등한 보장 관련 조항, ‘아동은 부모와 가족, 사회공동체, 국가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연소자 노동 보호 관련 조항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 돌봄 등을 가족관계라는 틀을 넘어 사회적 재생산 관계로 확장시켜 볼 필요가 있다. 부모나 가족의 돌봄은 사적 영역인데다 한부모가정이나 대안가족도 많기 때문에 전통적 가족 모델이 아닌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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