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건물.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파리크라상’ 상표권 지분을 아내한테 넘겨 수백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도록 한 허영인 에스피씨(SPC) 회장이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박지영)는 2012년 ㈜파리크라상과 이씨가 절반씩 소유하고 있던 ‘파리크라상’ 상표권의 회사 지분을 이씨에게 넘긴 뒤, 회사가 2015년까지 213억원에 이르는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배임)로 허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와 에스피씨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에스피씨 계열 브랜드인 ‘파리크라상’의 상표권은 애초 이씨 소유였다가, 2002년 ㈜파리크라상과 공동으로 소유(50%씩)하게 됐다. ㈜파리크라상은 2012년 가지고 있던 지분을 다시 이씨에게 넘긴 뒤, 전체 매출의 0.125%를 상표사용료 명목으로 이씨한테 지급했다. 검찰은 ㈜파리크라상의 상표권 지분 포기에 따른 손해가 21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사실이 2015년 7월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자 시민단체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정의당 등은 같은 해 10월 허 회장과 이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2년반 만에 수사를 마무리해 허 회장을 재판에 넘겼지만, 이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종보 변호사는 “범죄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봤고 허 회장과 공동정범 관계인 이씨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허 회장이 (상표권 지분 이전과 관련한) 최종 결재권자였고, 이씨가 213억원과 상표권 지분을 ㈜파리크라상에 모두 돌려줘 손해가 회복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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