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판매 정규직 노동자들
대리점 비정규직 산별노조가입 반대
26일 금속노조 중앙위서 욕설·고함
가입승인 처리 못하고 결국 결정 연기
대리점 비정규직 산별노조가입 반대
26일 금속노조 중앙위서 욕설·고함
가입승인 처리 못하고 결국 결정 연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몸싸움도 붙었다. 26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장에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은 금속노조가 2년 가까이 미뤄온 ‘전국자동차판매연대노동조합’(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승인 안건을 처리하는 날이었다.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은 이날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판매연대노조는 자동차 회사들과 판매위탁 계약을 맺는 ‘대리점’ 소속의 특수고용노동자를 중심으로 2015년 8월 꾸려졌다. 기본급 없이, 4대 보험 없이 오직 ‘수당’만 받는 처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판매연대노조는 이듬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하기로 하고,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이날 판매연대노조에 대한 가입승인 안건 처리가 불발에 그친 것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지부에 속한 판매직 정규직 노동자의 반대 때문이었다. ‘대리점’이 아닌 ‘지점’ 소속인 이 노동자들은 대리점 영업사원이 블랙박스·내비게이션 등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을 빼앗아갔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받아 왔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2월 열린 중앙위원회와 3월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논의했지만 가입은 승인되지 못했다. 그 사이 들어선 새 집행부는 “가입을 승인하고, 조직편제 등은 추후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판매연대노조 가입승인 안건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 계속 공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 지도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판매 정규직 조합원들은 ‘조합비가 아깝다. 현대·기아 1만 조합원 먼저 탈퇴시켜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회의를 ‘참관’하면서 위원장의 회의 진행방식 등을 문제삼으며 고성과 욕설 등을 계속했다. 현대차 판매 정규직 중앙위원은 그동안 진행하기로 했던 판매연대노조 가입 건과 관련한 논의가 부족했다며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현장 갈등은 누가 해소할 것이냐. 금속노조가 일방적으로 (가입승인을) 하면 법적 대응부터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한 중앙위원이 판매 정규직 조합원들의 욕설 등에 대해 문제삼자, 몸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란이 정리된 뒤 김 위원장은 회의 진행에 필요한 정족수를 확인했으나, 판매 정규직 중앙위원들은 회의장 바깥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김 위원장은 정족수 부족으로 회의 불성립을 선포했다.
회의장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던 이들은 판매연대노조 조합원과 그들에 대한 가입승인을 지지한 금속노조 산하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이었다. 김선영 판매연대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회사가 대리점을 늘려 정규직의 고용을 위협할 것이라는 게 정규직 조합원의 주장인데, 우리의 요구는 대리점 확장이 아닌 직접고용”이라며 “비정규직의 금속노조 가입이 곧 ‘정규직 고용 축소’라는 주장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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