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5일 서울 중구 삼성에스원 본사 앞에서 에스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관리자의 갑질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 보고서를 보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20~50대 노동자 2500명 가운데 66.3%는 최근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조직 또는 다수인이 적정 범위를 넘어 특정인에게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피해 유형을 보면 협박·명예훼손·모욕·폭언 등 ‘정신적 공격’이 24.7%로 가장 많았고, 쓸모없거나 할 수 없는 일을 시키는 ‘과대한 요구’가 20.8%를 차지했다. 이어 따돌림에 해당하는 ‘인간관계에서의 분리’는 16.1%, 사적인 일에 간섭하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14.5% 등으로 나타났다. 직장 규모가 크고, 실적이 저조할수록 또한 회식이 잦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 피해의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상담 경험이 없는 노동자는 66.7%에 달해, 피해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무대응’의 이유는 ‘무엇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장 내 상담 창구가 없거나(41.7%), 있는지 모르는 비율(14.5%)이 절반을 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의 발의가 잇따르지만 보고서는 당장의 입법보다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해외 국가들은 노사정 및 사회적 협력주체의 장기적 논의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입법안과 정책적 대안 마련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단순한 처벌 중심의 접근보다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행위 규제의 입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사업주의 의무와 기업 내 해결 절차’, ‘피해자에 대한 구제의 내용과 절차’, ‘기업 안팎의 상담창구 안내’를 포함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 수립 등 행정 조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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