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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포토] 11년째 오지 않는 아버지의 봄

등록 2018-03-06 17:13수정 2018-03-06 20:57

고 황유미 씨 11주기 및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 황유미 씨의 11주기인 6일 오후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맨 앞은 황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 황유미 씨의 11주기인 6일 오후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맨 앞은 황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07년 3월 6일도 오늘처럼 맑고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강원도 속초에서 우리 유미를 태우고 수원의 병원으로 가 치료받고 집으로 가던 중 우리 유미는 제 택시 뒷자리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그날 생각을 하며 아이의 영정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입니다.”

딸을 먼저 보낸 지 11년. 그동안 흰머리가 더 많아진 아버지 황상기 씨가 입을 열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열린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에서다. 황 씨의 딸은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져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 황유미 씨. 6일은 고 황유미 씨의 11주기이다.

황상기 씨(앞줄 왼쪽 셋째)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희생자들의 출생·사망년도와 병명이 쓰인 영정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황상기 씨(앞줄 왼쪽 셋째)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희생자들의 출생·사망년도와 병명이 쓰인 영정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참가자들이 희생자들의 출생·사망년도와 병명이 쓰인 영정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참가자들이 희생자들의 출생·사망년도와 병명이 쓰인 영정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황유미 씨의 11주기 및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열려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산재 산청을 기각한 근로복지 공단에 스러진 노동자들을 표현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황유미 씨의 11주기 및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열려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산재 산청을 기각한 근로복지 공단에 스러진 노동자들을 표현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11년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황 씨 부녀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개인의 질병으로 여기며 침묵했던 많은 산재 노동자들이 일어섰다. 삼성 반도체 공장 근무와 각종 희귀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위한 지난한 투쟁 끝에 2017년 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엘시디 공장에서 일했던 고 이윤정, 고 이은주, 이희진, 김미선 , 이소정 씨의 희귀난치성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늦었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고용노동부는 최근 고등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의 유해화학물질 정보가 담긴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11월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별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꾸려 해결책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조정위가 2015년 7월 조정권고안을 제시하자 이를 거부한 채 독자적인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조직해 개별 보상에 나섰다. 고 황유미 씨의 죽음을 계기로 비슷한 입장의 산재 피해자 가족과 여러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삼성이 ‘가해자인 삼성 마음대로 피해자를 나누고 배제한 기만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6일 오후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 참가자들이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맨앞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이정아 기자
6일 오후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 참가자들이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맨앞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이정아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점심 도시락을 나눠 먹고 행진을 시작했다.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이 있는 한남동에서 시작해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옥까지 향하는 여정이다. 반도체 공장의 상징과도 같은 방진복을 차려 입고 저마다 손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을 든 참가자들이 줄지어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무거운 주제에 비하면 참가자들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해보인다. 왜일까? 고통스런 투병 끝에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투쟁하기란 너무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매순간 더욱 희망과 긍정을 이야기하려 한다고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이 말했다. 이날 행사의 제목도 “황유미와 함께 걷는 봄, 희망을 피우다”였다.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진정한 봄을 맞아 어서 그 희망이 꽃피우기를. 연대의 걸음이 어느덧 한강 잠수교로 접어들고 있었다.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 황유미 씨의 11주기 및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1995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뇌종양에 걸려 장애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가 휠체어에 앉은 채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 황유미 씨의 11주기 및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1995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뇌종양에 걸려 장애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가 휠체어에 앉은 채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황유미 씨의 11주기인 6일 오후 고 황유미 씨와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유리벽 옆에서 반도체 공장의 상징하는 방진복으로 갈아입으며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황유미 씨의 11주기인 6일 오후 고 황유미 씨와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유리벽 옆에서 반도체 공장의 상징하는 방진복으로 갈아입으며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황유미 씨와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오른쪽은 삼성전자에서 일한 뒤 뇌종양에 걸렸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한 한혜경 씨. 이정아 기자
고 황유미 씨와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오른쪽은 삼성전자에서 일한 뒤 뇌종양에 걸렸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한 한혜경 씨. 이정아 기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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