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개헌안 뜯어보니
공무원엔 금지한 단체행동권 등
원칙적 허용하되 일부만 제한케
ILO 핵심협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동일가치 동일임금’도 명시
‘근로자’ 표현도 ‘노동자’로 손질
공무원엔 금지한 단체행동권 등
원칙적 허용하되 일부만 제한케
ILO 핵심협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동일가치 동일임금’도 명시
‘근로자’ 표현도 ‘노동자’로 손질
20일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 가운데 노동권 부분은 그동안 국제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한 점, 단체행동권의 목적을 명확히 한 점, ‘동일가치 노동, 동일 임금’ 의무를 규정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일제 잔재로 평가받았던 용어 ‘근로’도 ‘노동’으로 바꿨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면서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현행 헌법은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가운데 ‘법률로 정하는’ 경우에만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것인데, 개헌안은 원칙적으로 모든 공무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되 예외인 경우만 법률로 정해 보장 범위를 더 넓혔다. 이대로 개정되면 군대와 경찰만 법령으로 정하되,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87호)과 유사해진다.
대통령 개헌안은 또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노동조합의 파업권 행사 목적의 범위를 ‘권익보호’로까지 넓힌 것이다. 현행 헌법은 노동3권 행사의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으로만 규정했는데, 이 때문에 법원은 정리해고에 대항한 파업을 ‘사용자의 경영권 행사에 대한 개입’으로 봐 불법으로 해석해왔다.
“국가에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한 부분도 눈에 띈다. 성별, 고용 형태, 기업 규모 등에 따른 심각한 임금격차 완화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것인데, 지금은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만 규정돼 있다. 개헌이 되면 헌법 ‘정신’으로 격상되는 셈이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조건 대등결정의 원칙’도 개헌안에 포함됐다. 이대로 개헌되면 노조가 없는 기업의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집단적 이해대변기구 개편 등 관련 법률 개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항목을 포함해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 모두 13차례 등장하는 ‘근로(자)’라는 용어를 ‘노동(자)’으로 바꾸기로 했다. ‘근로’는 ‘성실히 일함’이라는 뜻으로, ‘사용자’ 쪽 논리에 치우친 단어이자 일제 잔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에선 법률용어가 아니면 ‘노동·노동자’라고 표현해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 과거에 예외였던 것이 원칙으로 들어가면서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노동기본권 향상의 뜻을 담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인 김선수 변호사는 “진일보한 헌법 개정안”이라면서도 “해고로부터 보호, 무기고용 원칙, 노동자의 사업운영 참가권 등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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