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개혁위원회가 28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노동시장개혁 상황실’ 내부 문건 중 일부. 보수청년단체 시위 기획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용노동부 제공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 추진 명목으로 공무원들로 하여금 야당을 공격할 논리를 만들게 하거나 보수청년단체의 시위를 조직한 사실이 드러나자,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28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가 조사해 발표한, 청와대가 꾸린 비선조직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개혁위는 사무용 컴퓨터를 디지털포렌식하는 방법으로 5천여건의 문서를 복원했고, 당시 관여했던 공무원 21명에 대한 출석조사를 통해 ‘상황실’의 존재와 역할, 위법소지가 있는 업무 내용 등을 밝혀냈다.
고용부 공무원들 말을 들어보면, 상황실은 고용부 공무원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실은 2015년 7월 고용부 국장급 공무원을 책임자로 하고 고용부·기획재정부·산업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 10명 내외로 구성됐다. 사무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있었다. 상황실이 꾸려진 지 두 달여만인 2015년 10월26일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티에프(TF)의 존재가 폭로되자, 상황실 직원들은 ‘생산문서 주기적 삭제’, ‘문서파일 개인 피시 보관 금지’, ‘출력물은 사용 후 즉시 파쇄’ 등 ‘상황실 비상상황 대응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상황실이 이런 역할을 했다는 데에 고용부 공무원들은 놀라는 분위기다. 한 고용부 공무원은 “노동개혁에 대해 열심히 홍보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야당에 대한 비판 논리까지 만드는 역할을 했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고용부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한 ‘민간인 사찰’ 사건을 겪으며 출신 공무원들이 대거 유죄판결을 받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또 다른 고용부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대해선 ‘토를 다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김현숙 (전 고용복지)수석이 시키면 장·차관까지 무조건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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