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32일간의 단식농성을 끝낸 김득중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장이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지부 사무실에서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1일 오전 8시, 잔뜩 흐린 하늘 밑으로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은 유난히 분주했다. 꼬리를 문 통근버스를 타고 공장 앞에 도착한 노동자들은 출근길을 서둘렀다. 이튿날 ‘주간연속 2교대제’(밤샘 없이 새벽 1시 업무를 끝내는 2교대제)가 처음 시행되는 까닭에 3000명 넘는 노동자들이 새 업무 방식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려고 이날 아침 대부분 출근한 것이다. 같은 시각, 공장 맞은편에 자리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지부) 사무실은 ‘또다른 까닭’으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지난 2월28일부터 이날까지 32일 동안 단식투쟁을 해왔던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10년째 ‘출근’하지 못하는 해고자 130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곡기를 끊었다. 그는 당시 해고된 노동자 가운데 한명으로 “마지막 복직자가 되겠다”며 복직 투쟁에 앞장서왔다. 이날 새벽 김 지부장은 “‘제발 단식을 중단해달라’는 쌍용차 동료, 조합원들의 눈물 어린 충고를 곱씹었다. 살아서 싸우겠다”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단식을 중단했다.
출근길에 찾아온 동료들에게 김 지부장은 “속상했지?”라며 미안해했다. 김 지부장은 한달 넘는 단식 탓에 체중이 15㎏이나 빠졌고, 숨이 가빠 길게 대화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에이, 그만하는 게 뭘 속상해. 고생하셨으니까 일단 좀 쉬어.” 먼저 복직한 동료들은 김 지부장의 바싹 마른 어깨와 손을 주무르며, 포옹으로 격려했다.
김 지부장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한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2015년 45일간의 세번째 단식농성 뒤에는 회사와 지부, 기업노조가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가 복직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까지 복직한 이들은 37명에 그쳤다. 김 지부장은 지난해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이 있는 인도에서 53일간 원정 투쟁까지 벌인 끝에 2월부터 복직에 관한 노사협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 쪽은 ‘해고자 복직시한 명기는 불가능하다’는 방침에서 한걸음도 발을 떼지 않는 상황이다. 회사는 김 지부장의 단식과 시민들이 연대한 ‘영업소 앞 1인 시위’를 두고 지난달 27일 소식지를 통해 “지부의 각종 집회와 농성은 해고자 복직 해결에 도움이 안 되며 대화 테이블에서 멀어지는 상황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식으로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날 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 지부장은 “이번 단식은 어렵게 만든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회사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단식이었다.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복직을 완료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었다”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혼자 삭이느라 몸도 마음도 더 힘들었다”고 했다.
1일 32일간의 단식농성을 끝낸 김득중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장이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지부 사무실 앞에서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오랜 단식 탓에 냄새에 예민해진 데다 기관지도 약해져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서울 녹색병원에 입원해 당분간 몸을 추스를 계획이다. 단식을 통해 해고자 문제를 다시금 알린 만큼, 앞으로의 투쟁을 위한 준비과정인 셈이다. 그는 “지금까지 보여주신 귀한 연대의 마음 변치 마시고 함께 해달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공장 안 동료들에게는 “지난 10년 동안 공장 울타리 안팎에서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렸지만, 힘을 모으지 않으면 언젠간 이런 고통이 또 발생할 것”이라며 “해고자들이 동료들과 항상 함께하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것처럼, 공장 안 동료들도 우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택/글·사진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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