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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미래’…새 복지국가를 상상하다

등록 2018-05-15 19:01수정 2018-05-16 13:20

국제 콘퍼런스 ‘새로운 상상 2018’

아이젠버그 ESP 상임이사
“기본소득, 당장 돈 들지만
복지비용 감소로 돌아올 것”

이재명 전 성남시장
“‘청년배당’ 정책 기대 이상 효과
국가의 관심 받고 있다고 느껴”

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보장국장
“한국언론 ‘핀란드 실패’ 보도는 성급
실험 담당한 나도 아직 결과 몰라”

로즈 와이콤 리서치랩 책임연구자
“기본소득은 성장을 공유하고
기술진보·절대빈곤 퇴치 목적”

이원재 ‘랩2050’ 대표
“일자리 줄어들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 존엄 어떻게 지킬지 고민해야”
1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새로운 상상 2018’에 참여한 연사들이 좌담 중인 모습. 왼쪽부터 이원재 랩2050 대표, 이재명 전 성남시장, 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보장국 국장, 테일러 조 아이젠버그 ‘경제적 보장 프로젝트 재단’ 상임이사, 엘리자베스 로즈 와이콤비네이터 리서치랩 책임연구자. 랩2050 제공
1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새로운 상상 2018’에 참여한 연사들이 좌담 중인 모습. 왼쪽부터 이원재 랩2050 대표, 이재명 전 성남시장, 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보장국 국장, 테일러 조 아이젠버그 ‘경제적 보장 프로젝트 재단’ 상임이사, 엘리자베스 로즈 와이콤비네이터 리서치랩 책임연구자. 랩2050 제공
“상류층이나 중산층 부모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종의 기본소득 혜택과 같습니다. 이들의 자녀가 쉽게 성공하는 건 부모의 자산과 네트워크 덕이죠.”

1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새로운 상상 2018’에서 테일러 조 아이젠버그 ‘경제적 보장 프로젝트’(ESP·이에스피) 상임이사는 ‘기본소득’이 주는 안정감을 ‘중산층 부모’에 비유했다.

“기본소득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봐야 합니다. 미국 체로키 인디언들을 상대로 기본소득 실험을 해보니 점차 보건·복지서비스 수요가 줄었습니다. 당장은 현금이 많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이 투자를 (각종 복지비용 감소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임금 중심이 아닌 국민 누구에게나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복지국가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이 세계 각 나라에서 활발히 제기된다. 핀란드와 미국, 캐나다, 케냐, 네덜란드 등 세계적으로도 기본소득 실험은 한창이다. 이날 연사로 참여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기본소득이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24살 청년들에게 분기마다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의 성남사랑 상품권을 지급하는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했다. 그는 “기대 이상의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며 “국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의 말을 들어보면, 공동체 구성원에게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는 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한국도 기초생활보장제를 통해 이런 일을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를 골라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방식을 바꿔 모두에게 지원을 한 뒤, 필요 없는 이들에게 그만큼을 세금으로 받아내는 식이 바람직하다는 게 기본소득의 취지다. 이렇게 되면 복지 대상자 선별에 필요한 비용이 줄고, 혜택을 받기 위해 저임금 일자리를 기피하는 일도 없어진다. ‘낙인효과’도 없다. 국가적으로도, 개인에게도 좋지만 당장은 현실화가 쉽지 않다.

이날 콘퍼런스엔 올리 캉가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 국장도 연사로 참석했다. 캉가스 국장은 최근 다수의 한국 언론이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이날 “내가 실험을 담당했는데, 아직 결과 수치도 받아보지 못했다. 나보다 더 훌륭한 과학자들인 듯하다”고 했다.

캉가스 국장은 ‘핀란드가 왜 기본소득 실험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핀란드에선 이미 실업자들을 위한 일종의 기본소득이 무기한 제공된다. 실업수당 말고도 40여개의 사회보장제도가 있다. 50년 전 만든 이 복지 모델은 사람들이 일을 기피하는 ‘탈근로 유인의 함정’이란 지적도 있다. 우린 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기본소득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새로운 상상 2018’에 참여한 연사들이 좌담 중인 모습. 랩2050 제공
1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새로운 상상 2018’에 참여한 연사들이 좌담 중인 모습. 랩2050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 중인 엘리자베스 로즈 와이콤비네이터 리서치랩 책임연구자는 본격적 실험에 앞서 타당성 조사 차원에서 접했던 사례자 이야기를 소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사는 30대 여성인 브리안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 종사자였지만, 기본소득을 받고 난 뒤 전일제 일자리를 구했다. 교외의 저렴한 아파트를 친구들과 임차했고 아이도 돌볼 수 있게 됐다. 더는 기본소득을 받지 않지만 브리안은 그사이 안정된 삶의 기반을 갖출 수 있었다. 로즈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어떤 변화가 초래되는지, 지역사회 차원에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고자 하는 것이 우리 실험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선 2014년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90%의 소득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1940년대 이후 자신의 부모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자식의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다. 기본소득은 성장을 공유하고, 기술 진보를 확보하면서, 절대빈곤을 퇴치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공유되는 부와 기회들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퍼런스를 주최한 랩2050의 이원재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이전엔 사람의 가치가 노동과 생산에 있었지만 새로운 기술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쓸모없다, 사람 구실을 못 한다’는 취급을 받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국가가 사람들의 존엄을 보장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 콘퍼런스 ‘새로운 상상 2018’은 랩2050이 열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한겨레신문사가 후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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