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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한상균 “민주노총, 비판 멈추고 실력 키워야…이게 감옥서 나온 이유”

등록 2018-05-31 12:34수정 2018-05-31 14:12

“미조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새 노동운동 필요해
재벌 적폐 해소 기회인데 정부 의지 후퇴 아쉬워”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1일 6개월여의 형기를 남기고 경기 화성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2년 6개월여 만에 푸른색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 가장 어울리는 장소였다.

31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가석방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 민주노총은 정부를 비판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뒤틀린 반노동 70년을 고쳐나가는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한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시점에 감옥에서 나온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정동길 주변도 많이 변했더라.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제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를 비롯해 13건의 집회를 조직한 혐의로 구속돼 3년형을 확정받았던 그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촛불혁명과 정권 교체의 과정을 신문 속 사진과 활자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한 전 위원장은 “노동개악에 맞선 총파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총궐기투쟁은 민중의 역사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저에게도 가슴 벅찬 격동의 시간이었다. 어떤 때는 내가 정말 갇혀있는 것인가 헷갈릴 정도였다”면서 촛불혁명에 참여한 모든 노동자와 시민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이 3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이 31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 전 위원장이 꼽은 가장 큰 변화는 남북관계 진전이었다. 최근 이어지는 남북 교류를 “경이로운 변화”라고 표현한 그는 “그동안 경색된 남북관계를 이용한 ‘빨갱이 장사’ 속에서 노동자가 먹고사는 문제는 항상 뒤로 밀렸다. 이제 수구 보수 몰락의 공간을 노동자 세력이 당연한 권리를 찾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도록 실천과 실력이라는 양 날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노동운동의 ‘실력’은 조합원을 넘어 미조직 노동자까지 끌어안는 포용성이다. 그는 “87년 체제 노동운동에서는 공장 안에 조직된 노동자가 스스로 생존권과 자주성을 잘 지키면 민주노조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미조직 노동자 등 약자의 권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되지 않으면 감히 민주노조라는 이름 못 쓰도록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민주노총은 정부를 비판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뒤틀린 반노동 70년을 고쳐나가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시점에 감옥에서 나온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한 전 위원장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재벌 적폐청산’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촛불 민심의 핵심은 불평등 해소였고 그 문제의 중심은 재벌이다. 지금은 재벌 적폐를 청산할 호기인데도 정부의 개혁 의지가 후퇴하고 자본 독재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서도 “이번 법 개정 과정을 보니 노동자 약자에 편에 선 사람이 국회 안에도 소수다. 비정규직법이나 정리해고법이나 늘 노동자를 생각하는 척하면서 법이 통과됐지만 도리어 노동자를 쥐어짜고 고통받게 했다”며 안타까움을 보였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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