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삭감법 폐지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28일 국회가 최저임금 계산 때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한 뒤, 노동계 반발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한 양대노총은 이번주부터 지도부가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다. 이들은 “차라리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파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양대노총을 비롯해 참여연대, 알바노조 등 30여개 단체가 속한 ‘최저임금연대’는 오는 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최저임금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인상’, ‘저임금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지난 2001년 시민,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조직됐다. 이들은 “국회가 촛불을 들어 대한민국을 바꾼 국민의 뜻을 배신하고 최저임금법을 의결했다”며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에 역행한 데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허용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한 위헌적 ‘최저임금 삭감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사용자가 1개월 단위를 초과해 지급하던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1개월 단위로 바꿀 때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게 했는데,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 노동자 동의를 요건으로 한 근로기준법의 예외에 해당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들도 같은 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3일 “국회가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악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대통령 거부권 촉구 투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 1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법 폐기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삭감법’에 더해 속도조절론까지 들먹이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를 철저히 우롱하고 짓밟는 것”이라며 “산입범위 확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돼도 실질 인상효과는 박근혜 정권 당시 연 평균 7% 인상효과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강탈해서, 그 돈으로 1만원을 맞춰 주겠다는 것이라면 차라리 공약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의 반발이 잇따르지만 대통령이 나서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처리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국회에서 통과된 최저임금 개정에 대해 정부는 존중하고 바뀐 법에 따라 원활하게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되길 바라고 실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공포하게 돼 있다.
3일 오전 충남 천안 천안터미널 앞에서 연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 아래)의 지원유세에 민주노총 충남본부 조합원들이 찾아와 “‘최저임금 삭감법’을 만든 민주당을 규탄한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제공
한편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을 주도했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일 노동계의 반발을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 1일 전북 군산에서 연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자리에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들이 항의방문한 데 이어, 3일 오전엔 충남 천안 천안터미널 앞에서 연 홍 원내대표의 지원유세에 민주노총 충남본부 조합원들이 찾아와 “‘최저임금 삭감법’을 만든 민주당을 규탄한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