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7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연설 중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총 제공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로 산입범위를 넓힌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노·정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가운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노정 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7차 국제노동기구 총회에 참석 중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5일 총회 연설장의 한국 대표부 좌석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열띤 대화를 나눴다. 대체로 김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고, 김 위원장은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식이었다.
이 ‘제네바 회동’은 양대노총이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발해 최저임금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대화 불참을 선언한 직후 이뤄진 것이지만, 경색된 노·정 관계의 돌파구를 찾기엔 무리였다. 김 위원장은 김 장관과의 대화 뒤 <한겨레>와 만나 “김 장관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문제가 있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보완 대책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청와대·정부·여당이 큰 틀에서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지켜간다는 언급이 여전히 미진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한국 노동계를 대표한 연설에서도 최저임금법 개정을 언급했다. 총회 연설 주제이기도 한 ‘일하는 여성’을 주제로 했지만 이를 국내 현안과 연결지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취업 여성의 압도적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고 최저임금 인상이 여성노동자 임금 인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려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를 쥐어짜 성장해 온 재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더 큰 힘을 모아 ‘최저임금 삭감법’을 반드시 폐기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 장관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에 대해 아예 언급을 피했다. 김 장관은 연설에서 거점형 공공 직장어린이집 신설·직장 내 성희롱 엄정 조처·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관련 정책만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김 장관 연설 직후 논평을 내 “국제노동기구 총회 연설에서 최저임금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장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제네바/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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