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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최저임금법 개정 효과 아무도 모른다…그야말로 블랙홀”

등록 2018-06-06 12:00수정 2018-06-07 09:21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 인터뷰
“복리후생비, 급여보다 비용 가까워
임금체계 개편으로 해결할 일인데…
최저임금 방정식 더욱 복잡해져”

“변수 다른 외국사례 그대로 적용
KDI 보고서, 어이없는 실수 했다”

“대·중기 격차 해소 등 구조 개선 시급
저소득층 포괄 ‘정책 패키지’도 필요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고용노동부 제공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고용노동부 제공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한테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반발하는 반면, 재계와 일부 언론은 “최저임금 큰폭 인상이 고용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한다.

각종 통계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아전인수식 주장이 중첩된 최근의 최저임금 논란은,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합의마저 무색케 한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5일 오전(현지시각) 만났다.

분배 개선없는 소득주도 ‘한계’ 이 국장이 바라보는 최저임금 논란은 노동 문제라기보다 경제구조의 문제다. 먼저 이 국장은 “최저임금 현실화라는 방향은 소득주도성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또 그는 “‘소득주도 성장’에서 말하는 ‘소득’은 절대소득 (증가)의 의미도 있지만, 소득분배 개선을 의미한다. 자본과 노동 간의 분배, 임금노동자 사이의 분배, 자본과 자본 간의 분배가 다 돼야 하는데 하나만 하면 어려워진다”라고 전제하며 “최저임금 문제가 꼬이고 또 꼬인 이유 중 하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소득분배가 어긋나 있다보니 소비수요가 제약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도 성장이 어려워졌다”며 “분배를 정상화하는 것은 규범이나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추가적인 경제 성장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기조로 삼고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시장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국장은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동반돼야 할 과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 해소를 꼽았다. 그는 “대기업에서 ‘가격 후려치기’를 하다보니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계속 낮아지고 중소기업 지불 능력에 한계가 생긴다”라며 “중소기업의 사정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다보니 어려운 점이 생긴다. 경제 구조의 문제 (해소)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생산성은 총 부가가치를 노동자 수로 나눈 값으로 실질적 생산성과는 다른 개념이다. 인건비를 깎아 제품·서비스의 가격을 내리면 그만큼 노동생산성은 낮아진다. 지난해 3월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29% 수준으로 프랑스(70%)·독일(60.8%)·일본(56.5%) 등에 비해 격차가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개정…향후 효과 ‘블랙홀’ 최근 국회와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 이 국장은 “복리후생비는 보기에 따라 급여라기보다 비용에 가까운 면이 있어서 일률적으로 법률로 규정하는 건 득실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그는 이번 개정으로 내년 최저임금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봤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해결할 일을 최저임금으로 넘기니까 너무 복잡해졌다. 게다가 이번 개정 내용에는 임금체계 단순화 유인도 없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의 결과가 예상했던 대로 나올지 안 나올지는 지금 아무도 모른다. 그야말로 ‘블랙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국장은 최저임금 영향률 분석도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는 태도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대해 이 국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판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은 이미 최저임금에 고용 감소효과가 있다고 가정하고 고용탄력성이 마이너스로 나온 미국과 헝가리 수치를 가져와 한국에 적용시킨 결과다. 나라마다 시장구조 등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발표는 어이없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의 경향을 살펴보면 대부분 아무런 영향이 없거나 부정적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난다. 청년·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전체 일자리 수가 유의미하게 줄지는 않는다.

“소득분배 위한 적극적 정책 필요” 이 국장은 또 과열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꼬리가 몸통을 건드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전부가 아닌데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효과 등 부수적 현상을 짚어 소득주도 성장 전체를 공격한다는 취지였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에서 최저임금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주 결정적인 건 아니다. 소득분배와 관련해 경제 정책이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아울러 “최저임금 뿐 아니라 저소득층 전체를 포괄할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저소득층에게 한달에 어느 수준의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지 목표를 두고 최저임금·소득지원 등 여러 방식으로 노동시장 정책, 복지 정책, 경제 정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논의를 위해선 조세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 이 국장의 생각이다. 그는 “모든 대책이 조세 문제를 꺼내지 않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없는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손에 잡히는 쉬운 문제만 건드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바/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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