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휴일근로 중복가산금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1일 대법원이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수당을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해도 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노동계가 “‘노동존중’ 후퇴”라며 반발했다. 올 2월 개정된 법 취지에 따른 것이라지만,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어서 논란이 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신 대법관)는 이날 강아무개(72)씨 등 경기도 성남시 환경미화원 37명이 2008년 성남시를 상대로 낸 휴일근로 중복가산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휴일근무에 대해 통상임금의 50%인 휴일근무수당만 가산해 수당을 지급할 뿐,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대법원에 상고된 지 6년6개월 만이다.
문제의 시작은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상 ‘1주’에 대해 “휴일을 제외한 평일만 해당한다”고 해석하면서부터다. 1주 간 가능한 연장근로 시간은 최대 12시간인데 이건 평일에만 적용되니, 휴일근로는 연장근로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휴일수당에 연장수당을 중복해서 지급할 필요도 없게 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법원이 그대로 인정한 셈이 된다.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8명은 올해 2월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1주에 ‘휴일을 포함한 7일’이란 규정을 추가했고,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달리하는 부칙을 뒀다”며 “이는 옛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시간이 1주 간 기준근로시간 및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전제로 했다”고 봤다.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제정과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 경위, 부칙 규정을 통해 알 수 있는 당시 입법자의 의사는 개정 이전, 옛 근로기준법의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의외의 판결”이라며 “현 정부 내에서 계속 후퇴하는 노동존중 정책 흐름의 연장선”이란 반응을 보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법이 개정되면서 법 개정 이전 소급분에 한해 적용되는 판결이었다. 소송의 당사자가 대개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고 법원으로서도 경제적 부담이 덜 했을텐데도 이런 판결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인정해준 꼴”이라며 “법이 이미 개정됐기에 대법원도 크게 부담 느끼지 않고 중복할증을 인정할 것으로 봤다. 정말 의외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다수의견 8에 반대의견 5라는 결과는 현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이 계속 후퇴하는 최근 흐름의 연장선”이라며 “대법원 다수의견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국회 의견을 존중하자는 것인데,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대법원 판결 전에 졸속으로 법을 개정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반대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김신·김소영·조희대·박정화·민유숙)은 중복할증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들은 “법률해석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충실해야 하며, 법 조항의 ‘1주 간’은 통상 달력상의 7일을 의미하고 법에도 휴일을 제외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연장근로를 규제하는 취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1주 간 기준근로시간을 거듭 축소해 온 근로시간 규제의 변천 과정”을 고려할 때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 이뤄지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김신 대법관은 보충의견으로 “개정 근로기준법과 일부 부조화와 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국민의 권리보호요구에 대하여 경제적 상황이나 정치적 타협을 고려하여 정당한 법해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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