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권고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즉각 수용하고 조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고용노동개혁위)가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회사 쪽에) 직접고용 명령 등 적극적 조처를 취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한테 권고했다. 2004년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에도 14년 동안 풀리지 않은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문제가 고용노동개혁위의 이번 권고를 계기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일 고용노동개혁위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등 15개 과제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개혁위는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잘못된 고용노동행정을 살펴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애초 활동 기간은 올해 4월말까지였으나, 검토 자료가 많아 지난 31일까지 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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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가 사건처리 지연” 고용노동개혁위는 먼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2007년부터 법원이 자동차업종 사내 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단하고 있는데도 고용부는 불법파견을 방치했고, 확정판결 이후에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개혁위 설명을 들으면, 고용부는 2010년 8월 접수한 현대차 불법파견 사안을 5년이나 지난 2015년 10월에야 검찰에 송치했다. 2015년 7월 접수한 기아차 불법파견 건은 노사합의를 이유로 장기간 사건을 방치해, 현재까지 3년 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개혁위는 한국지엠에 대한 고용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 사례에 비춰볼 때,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에 대한 ‘늑장 대응’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용부 창원지청은 지난 5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사내하청 노동자 774명을 직접고용하라며 시정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에 개혁위는 “고용부의 부당처리에 대해 장관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고,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직접고용 명령, 당사자 간 협의·중재 등 적극적 조처를 조속히 취하라”고 권고했다.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개혁위의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14년이나 불법파견을 방치한 고용부의 직무유기와 검찰의 부당 수사지휘가 확인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성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장은 “14년 만에 권고안을 받았다. 이번 권고안이 작은 씨앗이 돼 대한민국에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2013년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화한 것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의 관심사항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진술에 따르면 장관 또는 차관으로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에 대한 검토 지시가 내려왔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우려를 지속 표명해 왔다”면서 “노동자 개념을 협소하게 규정한 법률 조항과 해고자·실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법률 조항 등을 단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문제해결의 방법으로는 곧바로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인 노조법 9조2항을 조기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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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전교조 직권취소 불가” 다만 이날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개혁위의 이런 권고와 관련해 유보적 태도를 보여 전교조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개혁위 조사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개혁위의 권고를 충분히 검토하고 성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선 “사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행정조치를 취소하는 것보다, 법령상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노조법 9조2항 삭제 권고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단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전문가로 구성된 관련 위원회에서 제도개선 전반을 논의하고 있으니 이와 연계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병수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이와 관련해 “개혁위가 이전 정부의 부당한 압력과 사법농단 과정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이 이뤄진 점 등을 종합 고려해 법외노조 처분 직권 취소를 권고한 것”이라며 “장관이 ‘법령 개정을 통한 근본적 해결’을 말하는 것은 청와대 눈치보기에 불과한 만큼 위원장 단식 투쟁을 비롯해 강력 투쟁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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