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에서 열린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포괄임금폐지와 주휴수당 지급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하며 12일 하루짜리 총파업에 들어갔다. 대다수 건설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는 ‘유급 주휴일’, 곧 주휴수당을 보장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소속 건설노동자들은 이날 서울시청(주최측 추산 7천명)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3천명), 부산지방고용노동청(3천명)에 각각 모여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의 주된 요구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주휴수당을 지급해 실질적인 휴일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란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주는 임금 지급방식을 말한다. 노동계에서는 포괄임금제가 ‘공짜노동’을 조장한다며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다.
건설현장에서는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용직이어도 수개월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도 많은 사용자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정해진 일당만 지급하는 방식의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1년 8월 고용노동부가 행정지침을 통해 일당제 일용노동자가 소정근로일수를 채워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로 인한 건설현장의 문제는 노조가 지난 7~10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7월부터 주 최대 52시간제가 시행 중이지만, 설문 대상자 346명 중 일요일에 쉰다는 이는 27%에 불과했다. 일주일 동안 소정 근로일수를 모두 채워 일하면 받게 되는 주휴수당을 받아본 이도 6%에 불과했다. 대상자의 94%는 ‘일요일에 주휴수당을 받고 쉬고 싶다’고 바랐지만, 41%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할 경우 다른 현장에 나가 돈을 벌겠다’고 답했다. ‘주휴수당을 받아도 일요일에 일하겠다’는 이는 2명뿐이었다. 유급 주휴일이 없으니, 그 시간에 현장에 나가 일당을 벌어야 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이들은 ‘주휴수당을 받고 일요일에 쉰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느냐’는 물음에 60.6%(복수응답)가 ‘가족 생활에 더 충실해질 것’, 55.1%가 ‘청년 건설노동자가 늘 것’, 52.9%가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 48.9%가 ‘건설현장의 이미지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주휴일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하루 일당을 포기하면서까지 우리가 파업을 벌이는 이유는 우리도 일요일에 쉬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16년 판결에서 건설현장의 노동은 노동시간을 산정하는 게 가능하니, 포괄임금제 적용은 위법하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부터 ‘포괄임금제를 폐기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지만 아직 구체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포괄임금이 아닌 시간외수당을 명시한 표준근로계약서를 쓰도록 권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시간을 산정하고 관리하는 모델이나 방법을 관련 지침과 함께 제시해달라는 경영계 요구가 있어 지침 공표가 늦어졌다”면서 “조만간 관련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는대로 포괄임금제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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