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실태조사의 ‘개선요구’에 대한 답. 고용노동부 제공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최장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정부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확대 필요성을 강변해왔지만, 도입 비율은 3.2%에 불과했고 제도활용 기업의 76%가 “현행 제도로도 주 최대 52시간제에 대응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연장근로시간에 변화가 없거나 임금감소가 없었다”고 답했다. 단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거나, 노동시간이 늘고 임금이 준다는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논의가 현실에 견줘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일 연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의 첫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다뤘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가 올해 10~11월 국내 5인 이상 사업체 2436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실태 조사결과’ 보고서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특정 기간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대신 일거리가 없는 때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한도 내로 맞추는 제도다.
보고서를 보면, 제도를 활용 중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물었더니 75.7%가 “현행 제도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 가능하다”고 답했다. 나머지 24.3%는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무엇을 개선했으면 하느냐”는 물음에는 “없다”는 응답(1, 2순위 합)이 가장 많은 49.2%였다. 다음으론 탄력근로제 시행 전 기간별 노동시간을 사전에 특정해야 하는 ‘사전특정요건’을 완화해달란 주문이 많았다(24.6%).
기업들은 또 제도 활용 결과 연장근로시간이 변화가 없거나 유사한 수준이었으며(81.5%), 임금감소도 없었다(94.2%)고 했다. 임금은 기본급을 인상(52.1%)하거나 수당을 인상 또는 신설해 보전(47.9%)했다고 답했다.
탄력근로제 활용 비율도 낮았다. 대상 사업체의 탄력근로제 도입 비율은 3.22%(138개)에 불과했다. 노동자 수 기준으론 4.3%(5만6417명 중 2432명)였다. 미도입 기업들의 60.9%는 제도 미도입 이유로 “연장근로가 필요 없는 사업특성”을 꼽았다.
탄력근로제 실태조사의 ‘도입효과’에 대한 답. 고용노동부 제공
제도 도입 사업장은 주로 300인 이상이었다. 규모에 따라 나누면 300인 이상이 23.8%, 50~299인이 4.3%, 5~49인 3.1%였다. 업종별로는(300인 이상만) 제조업이 34.5%, 건설업 25.0%, 영상·정보서비스업 50.0%,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이 66.7%였다. 활용 중인 단위기간은 3개월이 34.9%였고, 2주 이하 28.9%, 2주~1개월 21.5%, 1~3개월 14.7% 순이었다. 제도 활용 이유로는 ‘물량변동 대응’이 46.7%, ‘여가생활 등 노동자 요청’ 37.8%, ‘주 52시간제 대응’ 25.9%, ‘인건비 절감’ 25% 순(1, 2순위 합산)이었다.
한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는 노동자위원 2명, 사용자위원 2명, 공익위원 4명(위원장 포함), 정부위원 1명 등 9명으로 구성됐다. 공석인 노동자위원 한 자리는 민주노총 참여를 기다려 본 뒤 추후 위촉하고 그렇지 않으면 한국노총 위원으로 추가 위촉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공익위원은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정부는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사회적 대화 결과를 반영한다는 태도다. 개선위는 이달 말 끝나는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 연장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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