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고용노동청 건물 앞에서 태안화력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으로 행진에 앞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용균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이후 정부가 지난달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이견이 큰 주요 쟁점은, 보호 대상과 사업주 책임, 작업 중지권과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규제 등이다.
개정안은 우선 산안법의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넓혔다. 택배기사나 배달원처럼 ‘근로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산재에 노출된 이들까지 보호 대상으로 포괄했다. 경영계는 ‘일하는 사람’이란 정의가 모호해 기업의 의무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법안에 이미 ‘특수고용’ ‘중개사업주’ ‘프랜차이즈 본점’ 등으로 사업주가 특정돼 있고, 각각의 의무도 규정돼 있어 모호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부분도 핵심 쟁점이다. 개정안은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권을 가진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 국내 일터 사고 사망자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조처를 해야 할 곳을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넓혔고,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처벌 수위를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이는 하청 사업주와 같은 수준이다.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에서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타워크레인이나 컨베이어 같은 ‘위험 기계’를 쓰는 경우 안전보건 조처 의무도 원청에 부여했다. 작업의 성격에 따라 아예 하청을 줄 수 없는 경우도 규정했는데, 직업병 발생 위험이 높은 도금 작업과 수은, 납, 카드뮴 등을 사용하는 일이다. 노골적인 위험의 외주화를 아예 못하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안은 경영계의 반대로 초안에서 일부 핵심 조항이 수정됐다. 안전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가 노동자 사망 때 받게 되는 하한형(1년 이상)이 빠졌다. 하한형 도입은 지금도 산안법 위반으로 사업주가 유기징역이나 고액 벌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비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실제 2007~2016년(1심 판결 기준) 산안법 위반으로 유기징역 판결이 내려진 경우는 0.5%이고, 2016년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원에 불과했다. ‘사업주 엄벌은 기업의 경영활동만 위축시킬 것’이라는 경영계 주장을 사실상 정부가 수용한 셈이다.
작업중지권 역시 쟁점이다. 개정안은 산재가 일어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권한을 명확히 하면서, 노동자가 작업중지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영계는 “사실상 상시 파업권을 준 것”이라고 반발하는데, 노동계는 “작업중지권 강화는 재발방지 대책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개정안은 유해·위험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이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처인데, 현재는 기업이 영업비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개정안은 장관의 승인을 받는 경우에만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영업비밀로 인정하게 했다. 이를 두고 경영계는 “환경부의 화학물질 관련 규제와 중복되며, 기업의 영업비밀이 누출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한다. 노동계는 “유해한 물질은 비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196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정착된 태도”라고 보고 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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