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정권 발동 항의 농성중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신만수 위원장
“노조 박대하고 노무관리 대행한 정부에 절망”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노조엔 ‘극약’이 되고,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한 회사엔 ‘면죄부’이자 노조탄압의 도구가 된 현실에 울분이 북받칩니다.”
긴급조정권 발동 뒤 일주일째 김포공항 내 대한항공 본사 노조사무실에서 농성중인 신만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19일 “정부가 ‘파업의 책임이 노사 양쪽에 있다’면서도, 노조엔 족쇄를 채우고, 회사쪽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은 보고만 있다”고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그는 “파업을 풀자마자, 기종 전환과 기장 승격 훈련을 받다가 단 이틀 동안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게 훈련 중단과 원기종 복귀 명령을 내렸다”며 “조종사 인생 최대의 숙원인 기장 승진이나 대형기종 조종의 기회를 박탈당한 노조원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국민 편의를 구실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했지만, 결국 사용자쪽의 노무관리를 대행한 셈”이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핼쑥하고 지친 모습의 신 위원장은, 이른바 ‘귀족노조’ 논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고임금을 부인할 뜻은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와 보수언론이 조종사노조를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조종사들의 파업대오가 단단해지는 것은 바로 ‘억울한 누명’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그동안 민주노총 안에서도 비정규직 보호입법 투쟁이나 이라크파병반대 투쟁 등에 물심양면으로 가장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 위원장은 “보수언론과 정부는 대규모 이익을 내며 주가가 치솟는 회사나 ‘오너’를 감싸준 대신, 모든 화살을 조종사노조로 돌리며 마녀사냥을 벌였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이성과 균형감각을 마비시킨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종사노조와 일반노조와의 ‘노노 갈등’에 대해서도 “근본 원인은 회사의 회유와 순치 공작에 있다”며 “유례없는 경영실적을 내는 회사에 임금인상을 일임한 일반노조가 ‘정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사실 대한항공의 노사 갈등에서 노동조건은 부차적일 수도 있다”며 “문제는 대결과 진압 일변도인 대한항공의 노무관리 철학이, ‘자율’과 ‘책임의식’에 충만한 조종사들과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조의 면담 요청은 거절하고 사쪽만 만나준 뒤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노동부 장관의 모습에서, 정부에 대한 ‘희망’조차도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사진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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