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7 08:46
수정 : 2019.12.29 09:10
⑥ 김명진 기자가 꼽은 2019년 마음 한 장
2019년, 여러분이 웃고 울었던 현장에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맨 마지막날까지 그 마음에 남은 사진 한 장들을 모았습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다짐하며 `2019년 마음 한 장'을 9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여섯째는 김명진 기자가 꼽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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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울요금소 옥상에서 농성을 하다 휴대전화 라이트를 켜 흔들고 있다. 성남/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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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의 최대화두는 공정입니다. 청년, 여성, 청소년, 노인, 정규직, 비정규직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불공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는 불공정에 대한 최대 담론장이었습니다. 말의 상찬은 넘쳤지만 진정한 공정에 대한 담론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각종 시험으로 대변되는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게 공정이라고들 합니다.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라는 압력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버텨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입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도 과거에는 대부분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뒤로 도로공사가 요금소 수납 업무를 민간용역업체에 위탁 운영하며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어나, 2009년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서는 요금 수납원 전원이 계약직으로 전환됐습니다. 요금소 수납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 사장은 대부분 도로공사의 명예퇴직자들로 5~6년마다 교체되었고,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도로공사의 지휘와 명령에 의해 요금 수납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임금은 거의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었고 일부 용역업체 사장은 임금의 일부를 상납 받기도 했습니다. 성희롱이 있어도 항의하지도 못했습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대부분 중년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약한 고리에 위치한 노동자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직접고용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톨링, 하이패스 등 자동요금수납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인력수요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자회사를 만들어 이들을 고용하려고 했습니다. 수납원 중에서 1400여명이 법원의 판결을 이행라라며 지난 7월 부터 서울요금소 덮개와 청와대 앞, 경북 김천의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노숙농성을 해왔습니다.
지난 6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이 약 4천명의 요금수납원이 ‘도공 직원’이라고 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을 계기로 한국도로공사는 근로자지위 확인 1심 소송이 진행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을 직적 고용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정부가 요금소(톨게이트) 수납 노동자의 불법파견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에 대한 압박이 더해졌습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정규직 투쟁을 거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관련 뉴스 댓글에는 중년여성을 비하하는 말들이 가득했습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자회사와 본사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본사 정규직으로 가게 된 이들도 어떠한 일이 주어질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진은 지난 7월 초에 성남 분당구 궁내동 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요금수납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의 발 아래에는 무인요금수납 시스템을 상징하는 하이패스 게이트가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을 내뿜고 있고 하루 수십만대의 차량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97일이 지나서야 지붕에서 내려왔고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여지는 아름다운 이미지 아래,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 사진입니다.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라 일컫지 않겠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노동자가 어떤 대우를 받아야 공정한지 생각하는 사진이였으면 합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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