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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작업이 법원에서 마침내 유죄 선고를 받았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등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조와해 사건 선고 공판 뒤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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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슈
‘삼성 노조와해’ 맞선 주역들 좌담
2011년 에버랜드 노조 만들자
삼성, 노조간부 해고 등 탄압
검찰, 2015년엔 삼성 편들어
지난해 똑같은 내용을 재수사해
부사장 등 30여명 마침내 기소
수사 검사, 수사 때 피해자에게 사과도
“검찰 수사 의지에 단죄 여부 갈려”
“삼성, 비노조 경영 방침에 대해
항소심에서 어떤 주장 할지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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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작업이 법원에서 마침내 유죄 선고를 받았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등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조와해 사건 선고 공판 뒤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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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과 17일 법원(1심)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사건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그룹의 노조 탄압에 맞서 9년 동안 싸운 끝에 얻은 성과다. 투쟁의 주역인 조장희(47) 금속노조 에버랜드 삼성지회 부지회장과 오기형(41) 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외협력부장, 삼성 노조와해 피해자들을 대리한 박다혜, 류하경 변호사를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률사무소 휴먼에서 만났다.
“사실 조마조마했습니다. 2013년의 기억 때문에. 노조를 불법으로 와해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힘이 가장 세다는 삼성은 한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었으니까요.”(조장희 금속노조 에버랜드 삼성지회 부지회장)
지난 5월14일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첫 재판이 열린 뒤 조 부지회장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재판을 방청했다. 1995년 에버랜드에 입사한 그는 2011년 7월 삼성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하려 했지만 회사는 경찰을 동원해 그를 사찰했고, 여기서 얻은 정보로 그의 개인 비리를 들춰 해고했다. 에버랜드는 그 뒤에도 ‘노조 고사’를 목표로 하는 삼성 노사전략에 따라 조 부지회장을 압박하는 각종 고소·고발을 걸었다. 2013년 ‘에스(S) 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되면서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이 일파만파 커졌으나 검찰은 2015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삼성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건 폭로 후 6년이 지난 최근에야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다. 지난해 검찰 압수수색으로 삼성 노조와해의 전모가 담긴 문건이 대량으로 나오면서 삼성의 공격 대상과 목표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그 뒤 1년여의 재판을 통해 에버랜드(13일)와 삼성전자서비스(17일) 노조와해 사건 재판에서 모두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었다.
실질적 재수사와 검찰의 사과
2013년부터 지난해 검찰 재수사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노동조합원들은 노조와해 의혹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동시에 회사의 탄압과 주변 사람들의 냉대에도 맞서야 했다. 2011년 에버랜드 노조 설립을 추진한 조 부지회장은 당시 삼성이 노조원들에게 가했던 탄압은 “(노조) 하나는 철저하게 죽여야 한다”는 목표 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 생각했다. 삼성은 불법 사찰을 통해 그가 대포차를 운행했다는 사실을 포착한 뒤 경찰에 신고해 이를 해고 사유 중 하나로 삼았다. 조 부지회장은 “저는 좋은 먹잇감이었던 거죠. (저를 향한) 징계나 고소, 고발이 이뤄지면서 내부적으로는 동료들에게 불온한 이미지로 인식됐고요. 문건을 보면 ‘끝없이 채증하라’ ‘징계 사유를 발굴하라’는 얘기가 나와요. 저는 해고가 됐지만 남아 있는 노조원들은 안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죠”라고 말했다.
2013년 문건 폭로로 에버랜드 노동자가 가입한 금속노조 삼성지회 와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노조를 향한 냉랭한 사내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당시 기소된 간부들은 무죄다, 절대 처벌받을 리 없다는 얘기가 회사에 돌았어요. 실제로 4명 정도만 벌금 내고 끝났죠. 그 사람들은 이후 진급하고 요직에서 일했어요.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도 노사 업무를 하면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게 회사 분위기였죠.”(조 부지회장) 노조 쪽에서 고소·고발한 이는 35명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삼성에버랜드 전무와 상무 등 4명에 대해서만 반노조 교육 실시 및 노조 소식지 배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것이 전부였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서 활동한 오기형 전 부장이 노조 활동을 하며 느낀 정신적 피해도 비슷했다. 삼성의 노조 탄압과 협박 등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노동자 최종범·염호석씨의 죽음 뒤 더욱 그랬다. “2013년 노조를 처음 만들었을 땐 죽어서라도 노조 하겠단 사람은 없었어요. 탄압은 계속되는데 출구는 없는 느낌. 2014년 노사 교섭 이후 6월부터 10월까지 자살기도를 한 사람만 6~7명이었어요. 회사에 가면 매일 싸워야 하잖아요. 출근하는 게 지옥 같았죠.”
수년간 축적된 피폐함과 무력감 탓일까. 지난해 검찰 재수사가 시작됐을 때도 이들은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대한 2013년 검찰 수사와 2018년 재수사는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피해자 규모는 물론 변호인들의 고소·고발 내용이 비슷했다. 조 부지회장과 오 전 부장은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았고, 변호인단도 증거 자료 공유 등 수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새로 나온 노사 전략과 관련된 문건 수천건이 ‘스모킹 건’으로 꼽혔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도 남달랐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에버랜드 재판에서 검찰도 이례적으로 피해자들을 향해 ‘사과’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류하경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조사 과정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우리가 새롭게 고소·고발한 사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재수사나 다름없었다. 검사도 조 부지회장이 삼성으로부터 미행, 사찰을 당하고 가족들까지 괴로워졌던 상황을 언급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과거 수사가 미진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간부 미행에 3개팀이나 운영
문건 확보에 힘입은 검찰 수사가 노조와해 책임의 ‘윗선’을 어디까지 규명할 수 있느냐에 이목이 쏠렸다. 검찰은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을 그룹 내 핵심 책임자로 지목했고, 그에 대한 실형 선고를 이끌어냈다. 두 사건 재판부는 모두 삼성과 계열사, 협력업체 간 ‘조직적 공모’ 범행을 인정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조 부지회장과 변호인 등은 모두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부지회장은 “회사에선 노조와해의 증거를 감추기 쉽고 노조원으로선 이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 2013년 문건 공개와 2018년 검찰 압수수색이라는 두번의 우연으로 실체가 드러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재판을 꾸준히 방청한 조 부지회장과 오 전 부장은 매 재판에서 공개되는 삼성 쪽 문건과 피고인 수십명의 진술 내용을 들으며 그동안 의심만 했던 탄압의 정황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점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조 부지회장은 “조장희 구속을 목표로 검찰을 접촉하라는 문건도 나왔다. 조장희 소유의 자동차를 차압하고, 집을 차압해 경매를 진행하라는 계획도 했고. 내가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에 가입한 보험 내역을 메일로 받아서 약관 대출이 있으면 빨리 재촉해 받아내라고까지 했다. (나를) 압박할 모든 방안을 찾았는데, 이게 다 해고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가 상상한 게 실재였고, 삼성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행 사건’의 실체도 재판에서 확인했다. “예전에 어떤 차가 저를 미행하길래 내려서 봤더니 삼성 직원이 아니라 나이 많은 아저씨였던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 얘기가 기재된 문건이 재판에서 나왔어요. 전체 3개 조의 미행이 이뤄졌고, 그도 그중 한 팀이었던 거죠.”
이들은 인상 깊은 장면으로 피고인 수십명의 ‘뻔한’ 거짓말도 꼽았다. 조 부지회장은 “피고인 대부분이 재판에서 (노조와해를) 몰랐다거나 아니라고 말했다. 재판도 회사의 철저한 전략대로 움직이는 것이 명백해 보였다. 어용노조 1기 위원장은 본인이 노조를 만들 때 회사의 도움을 받았던 것뿐이지 (조 부지회장 등이 만든) 진성 노조인 삼성노조의 교섭을 무력화하려고 노조를 만든 게 아니라고 거짓말했다. 오히려 거짓말을 당당하게 하는 태도가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매번 공판 내용을 기록해온 오 전 부장도 “피고인들의 거짓말이 심했다.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복수 노조 점검 문건에 본인들이 직접 (계열사) 점검하고, 결과 보고했던 내용들이 다 나오는데 삼성전자 인사지원팀 소속이던 피고인들은 검사가 그 보고서를 제시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내가) 작성한 건 맞는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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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 삼성에버랜드 노조 부지회장(왼쪽부터), 오기형 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외협력부장, 박다혜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류하경 변호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법률사무소 휴먼에서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대한 1심 법원의 실형 선고와 관련해 대담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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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인정받은 것도 뜻밖”
피고인들의 숱한 거짓말과 부인, 강 부사장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의 책임은 묻지 않는 꼬리 자르기가 계속됐는데도 두 사건 재판부는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전반을 유죄로 인정했다. <한겨레>가 만난 네 주인공은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간 불법파견 및 조직적 범행이 폭넓게 인정된 데서 큰 의미를 찾았다.
오 전 부장은 “(선고 날) 집에 있었다. 미리 노조 입장을 담은 기자회견문 초안을 작성해뒀는데, 처음엔 불법파견이 인정될 줄 모르고 파견법이 무죄가 된 것이 아쉽다고 써놨다가 유죄 선고 결과를 받자마자 내용을 바꿨다.(웃음) 그동안 파견법 사건 90%는 무죄 선고가 났던데다 이미 지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법원이 이를 뒤집기엔 부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3년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수시 근로감독 결과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는 ‘불법파견’이 아닌 ‘적법 도급’ 관계라고 결론 낸 바 있다. 2017년 삼성전자서비스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재판부도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은 원청에 직접고용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처음으로 협력업체와 원청이 불법파견 관계에 있음을 인정했다.
파견법 위반 여부는 노조원들이 파악하기 굉장히 어렵고, 관련 증거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수사기관이 강제 수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해야 입증이 가능하지만 노동 사건에서 검찰이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강제 수사한 사례는 매우 적었다. 두 변호사는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이 불법파견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조기에 강제 수사에 돌입한다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박다혜 변호사는 이번 삼성의 노조와해 범행은 ‘기업’ 차원의 조직범죄를 넘어 공권력이 합세한 조직범죄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는 경찰, 고용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나온다. 에버랜드 사건에도 경찰은 물론 어용노조, 용인시청 등이 다 등장인물이다. 정상적인 공무집행이 아닌, 시청이 삼성의 요구로 어용노조 설립 필증을 발급해주는 식이다. 판결문에는 일부 경찰만 나오지만, 고 염호석씨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 결과를 보면 경찰의 조직적인 가담 사실도 확인되는데 정작 경찰 한명만 처벌을 받았다”고 아쉬워했다.
조합원에 대한 사과는 빠진 대국민 사과
1심 선고 결과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이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또 시작이다. 선고 직후인 지난 18일 삼성이 1장 분량의 짤막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그 진정성엔 의문이 일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피해 당사자인 노조와 조합원을 향한 사과는 빠져 있는데다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도 없었다. 박 변호사는 “삼성은 노조 탄압뿐 아니라 불온단체 기부 내역까지 만드는 곳이다. 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여성민우회 등에 기부한 내역을 정리한 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과연 이런 종류의 범죄에 대해서도 중단하고 사과할 생각까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경훈 부사장이나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이례적으로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됐지만, 이들은 항소심 결과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류 변호사는 “80년간 이어져 내려온 무노조 경영 철학이 판결 한번으로 쉽게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이 줄곧 긍정해온 ‘비노조 경영’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어떤 주장을 펼치는지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예지 고한솔 기자 penj@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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