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머크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머크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제약노조 제공
독일계 제약회사 머크의 한국지부에서 희망퇴직을 압박받던 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회사는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서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종용해 논란을 빚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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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머크의 지엠(GM)사업부(순환기내분비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영업직 직원 ㄱ(41)씨는 지난 21일 새벽 자신의 집 근처 운동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지난해 11월 회사 쪽에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5월까지 근무할 예정이었다.
한국머크는 지난해 9월23일 지엠사업부 소속 영업직 직원들에게 이 사업부에서 담당하는 의약품의 판권을 다른 국내 제약회사에 넘기기로 했다며 사업부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머크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고, 지엠사업부는 적자가 발생하는 사업부가 아닌 탓에 직원들의 충격이 컸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머크지부 조합원을 포함한 직원들은 “지엠사업부만을 대상으로 한 찍어내기식 희망퇴직”이라고 반발했지만, 한국머크는 지난해 10월11~18일, 11월20~27일 두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 35명 가운데 24명은 희망퇴직 신청을 했고, 남은 11명은 본사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ㄱ씨의 동료들은 “ㄱ씨가 희망퇴직 신청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쪽 설명을 들어보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연고가 없는) 지방의 지엠사업부 직원들까지 서울 본사로 발령하겠다”고 압박했다.
ㄱ씨의 동료는 “(ㄱ씨는) 애초 한국머크에 남아 동료들과 함께 희망퇴직을 거부하려 했지만 결국 2차 희망퇴직 신청 마지막날 신청서를 냈다. 그 과정에서의 좌절감과 새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괴로워했다”며 “유족이 된 부인과 6살 아이를 보니 괴롭다”고 말했다. ㄱ씨의 부인은 동료들에게 “남편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조 쪽은 한국머크에 △진정성 있는 사과 △예우를 갖춘 보상 △조합원 원직 복귀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머크 사쪽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불행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유가족과 지속해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희망퇴직을 신청한 이들이 이직을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도 계속 지원을 해왔고,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내 전직 기회도 열려 있다. 노조 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이번 일과는 별개의 문제로 대응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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