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방문한 곳이라도 적법한 방역 조처를 한 곳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보다 백종원씨 같은 분들이 와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시민들이 더 많이 오지 않을까요?”
6일 낮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의 한 식당.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홍원수 한국방역협회 회장 등 의사협회와 방역협회 관계자 20여명이 갈치조림과 계란찜 등이 오른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들이 점심식사 자리로 남대문시장을 선택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2차 감염 우려로 외식과 오프라인 쇼핑을 기피하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식당 방문에 앞서 의사협회와 방역협회는 남대문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확진자 방문 등으로) 지역사회 내 감염 우려가 있는 식당, 판매 및 서비스 시설은 적법한 방역·소독 조처를 완료한 뒤 24시간 이후부턴 추가 감염 위험이 없어 안전한 이용이 가능하다”며 확진자가 방문한 다중이용시설에 과도한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시설물 관리와 사람(확진자와 일괄접촉자 등)의 격리 조처는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며 “만약의 상황을 우려해 24시간의 유예기간을 두지만, 적법하게 방역이 이뤄질 경우 바이러스는 바로 사멸하기 때문에 즉시 이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대문시장은 지난달 20일 12번째 환자(48·중국인 남성)가 쇼핑 등을 하려고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게 상인들의 호소다. 갈치조림 골목에서 20년간 일했다는 윤아무개(53)씨는 “예전 신종플루나 메르스 때도 이렇게까지 손님이 줄어들지는 않았는데, 지난주를 기점으로 평소보다 절반 이상 손님이 줄었다”며 “상인 입장에선 (확진자 방문에 따른) 감염 위험보다 손님들이 안 오는 게 더 겁난다”고 말했다. 잡화점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상인 김아무개(45)씨도 “평소 점심 무렵엔 인근 직장인들이 다들 나오는 시간인데 요즘은 시장이 텅텅 비었다”며 “외국인 손님과 접촉할 땐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걱정했다.
의사협회는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상황과 관련해 7일 마스크 착용 권고기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가 발표할 권고기준안에는 △확진자 이동경로로 확인된 오염(우려) 지역 △정부가 공표한 감염 우려지역 △폐·호흡기 질환자 및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아동 △택배기사·서비스업 등 고객응대 노동자 등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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