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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거리의 칼럼] 좋은 나라 / 김훈

등록 2020-07-12 17:34수정 2020-07-13 02:30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지난 6월 국회에 발의되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말하면 그 반대쪽에서 맞서는 말을 해대는데, 이 대항담론의 골자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이 많아야 고용과 임금이 안정되어서 다들 잘사는 세상이 된다는 말은, 그 말대로 될 수만 있다면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법인세, 상속세를 깎아주고 토지용도 제한, 노동규제, 환경규제를 풀어주고, 규범 이탈에 관용을 베풀어주고, 기업의 비밀을 알려고 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사람들의 말인데, 이것이 다 옳은지 어떤지는 초야의 필생이 말할 수 없다.

그러하되 일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수백명씩 죽어나가는 사태에 맞서서 대항담론을 들이대는 언설은 참으로 듣기에 거북하다. 이 언설들은 경제효율적으로, 논리적으로 스마트하게 짜여 있지만 사람 목숨의 문제를 말싸움해서 이긴 쪽이 하자는 대로 할 수는 없다. 기업 쪽에서는 ‘반기업 정서’가 퍼져 있어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어렵다고 하지만, 이처럼 맞서서 달려들면 ‘좋은 나라’는 더 멀어진다.

불가능에 도전해서 새 길을 열어내는 기업가 정신을 기업들은 자랑하고 있지만, 기업 내부의 이 야만적 역사를 기업 스스로 청산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아직은 없다.

말을 들이대서 말을 뭉개려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 아니다. 말들이 부딪쳐서 헝클어지고 말의 쓰레기가 장벽을 이루어, 그 벽 앞에서 한 시대가 주저앉아 있으니 한심하다. 노동하다 죽는 나라를 만들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가. 내 말은, 이 무참한 죽음들 앞에서 말싸움하지 말자는 것이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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